[베이징=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중국의 국부펀드가 보유하고 있던 1조원대 미국 펀드를 매각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의 관세 정책으로 전세계 금융시장이 혼란한 가운데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증시 부양을 지지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 주식은 매각함으로써 중국 증시에 대한 부양 의지를 드러내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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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
로이터통신은 관련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국채 투자자인 중국투자공사(CIC)가 사모펀드(PE) 투자 포트폴리오 중 약 10억달러(약 1조4300억원)를 유통시장에서 매각할 예정”이라고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IC가 매각하는 자산은 블랙자산, 칼라일그룹 등 8개의 미국 자산운용사가 운용하는 여러 펀드에 보관됐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한 소식통은 CIC가 미국 투자은행 에버코어에 매각 자문을 요청했으며 6월말까지 매각을 완료하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자산의 총 가치와 매각 기한은 고정되지 않았고 시장의 관심과 가격에 따라 변경될 수 있다고 전했다.
블랙스톤과 칼라일, CIC와 에버코어는 로이터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CIC나 미국 펀드 자산을 매각하는 이유는 투자 포트폴리오를 최적화하기 위해서다. 해당 자산은 2016~2017년 PE 펀드에 처음 투자된 후 투자 주기가 끝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로이터는 “지정학적·무역 긴장, 특히 베이징(중국)과 워싱턴(미국)간 긴장이 시장 혼란과 불확실성을 촉발한 가운데 나온 것”이라며 “양국이 상대방 금융 기관의 일부 투자에 대한 조사를 강화하면서 금융 부문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CIC를 포함한 중국 국영 펀드가 미국 PE 기업에 대한 신규 투자를 차단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CIC가 매각하는 자산 매각은 가격 협상에 따라 다른 구매자에게 완전히 판매되거나 별도로 판매될 수 있다. 잠재적 구매자에는 다른 국부펀드, 개인투자자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GIC가 관심 있는 구매자 중 하나로 언급됐으나 GIC는 논평을 거부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2007년 설립된 CIC는 해외 투자를 통해 중국의 외환 보유를 다각화해야 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과거 공시에 따르면 미국은 중국 국부펀드의 가장 큰 투자처였다. 골드만삭스그룹과 2017년 공동 설립한 25억달러(약 3조5700억원) 규모 PE에 투자하기도 했다.
CIC의 최신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CIC는 2023년말 기준 1조3300억달러(약 1902조원)의 자산을 관리하고 있다. 미국 주식은 CIC의 해외 증시 중 60.29%에 달한다.
한편 중국은 미국과 관세 전쟁 이후 증시가 추락하자 중앙휘진 등 국부펀드의 주식 및 상장지수펀드(ETF) 매수를 이용해 시장을 떠받치는 정책을 펼친 바 있다.
이번에 국부펀드가 미국 펀드를 대량 매도하는 것도 미국과 대립하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특히 중국은 미국의 관세 인상에 대한 보복 조치의 성격으로 미국 국채를 대량 매도해 시장 불확실성을 키웠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