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민주당 주의원 총격 살해범 검거…“복음주의-낙태 반대 신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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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클린 파크 경찰서의 한 경관이 14일 미네소타주 브루클린 파크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 현장 인근에 경찰 경계선을 설치하고 있다. 2025.06.16 미네소타주=AP 뉴시스

브루클린 파크 경찰서의 한 경관이 14일 미네소타주 브루클린 파크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 현장 인근에 경찰 경계선을 설치하고 있다. 2025.06.16 미네소타주=AP 뉴시스
14일 미국 민주당 소속 미네소타 주(州)의원들의 자택을 찾아가 하원의원 부부를 총격 살해하고 상원의원 부부에게 중상을 입힌 용의자 밴스 볼터가 15일 경찰에 검거됐다. 이른 새벽 마치 경찰인 것처럼 차량과 복장을 꾸미고 의원들의 집을 찾아다니며 총격을 가한 이번 사건을 놓고 미국 사회의 극단적인 정치 갈등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 정치 테러에 공포 커지는 미국

15일 AP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이날 볼터는 미네소타주 역사상 가장 대규모로 진행된 경찰의 수색 작전 끝에 미네소타주 교외의 한 들판에서 체포됐다. 경찰은 앞서 볼터의 차량을 먼저 발견하고, 인근 지역에 ‘집 문을 잠그라’는 메시지와 함께 최고 등급의 안전 경보를 내린 채 수색을 진행했다.

로이터통신은 “온라인 게시물 검토 결과 용의자는 복음주의 성직 단체 및 낙태 반대 철학을 가진 자로 보인다”며 그의 정치적 신념을 범행 동기로 추정했다.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는 “이런 일은 일상이 돼서도, 정치적 차이를 다루는 방식이 돼서도 안된다”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사건에 대해 “뜬금없이 발생한 게 아닌, 오랫동안 이어져 온 현상의 결과”라며 “정치적 양극화, 사회적 소외, 허위 정보, 소셜 미디어 등 다양한 요인이 폭력을 낳았다”고 진단했다. 이어 “공격 대상이 민주당이냐 공화당이냐와 상관없이 정치 테러는 민주주의에 큰 비용을 초래한다”고 전했다.

● 잇단 급증에 ‘셀프’ 총기소지까지

최근 미국에서는 이른바 ‘정치 테러’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2017년에는 공화당 소속 스티브 스칼리스 하원의원이 야구 경기장에서 총을 맞았고, 2020년에는 강경보수 성향 민병대원들이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를 납치하려다 검거됐다. 2022년에는 낸시 펠로시 전 민주당 하원의장을 노리고 자택에 찾아온 괴한에게 펠로시 의원의 남편이 망치로 머리를 맞는 사건이 발생했다. 올 들어서는 조쉬 샤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가 새벽에 공관에 침입해 불을 지른 괴한에게 피해를 입었다. 지난달에는 워싱턴에선 주미 이스라엘대사관 직원 2명이 총격으로 숨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을 미 법원에서 제동 거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판사에 대한 위협도 증가했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해 미국 의회 경찰 자료를 인용해 “의원들을 향한 위협이 급증해 연간 9000건 이상의 사건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 역시 연말 보고서에서 “지난 5년간 연방 판사를 대상으로 한 심각한 위협 사례가 1000건 이상 발생했다”고 밝혔다.

NYT는 “이번 사건 뒤 전국의 의원들이 사생활 보호와 안전에 대한 접근 방식을 재고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미국 의원들은 유권자들의 알 권리 등을 위해 홈페이지에 집 주소를 공개하는 경우가 있지만 노스다코타주는 즉시 이를 삭제하기로 결정했다. 또 일부 의원들은 자기 방어를 위해 총기소지 허가를 받아 직접 총기를 챙겨 들고 주 의사당으로 출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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