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중앙아시아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16일 카자흐스탄을 방문했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리는 기간에 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과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미국 주도로 열리는 G7 정상회의를 견제하고 중앙아시아에서의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미국발 관세전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이뤄지는 만남인 만큼 다자 무역체제를 지지하고 패권주의·일방주의에 반대하는 데에도 뜻을 모을 것으로 예상된다.
16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시 주석이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번 방문이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 초청으로 이뤄졌다며 차이치 중국 공산당 중앙서기처 서기 겸 중앙판공청 주임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장관)이 동행했다고 전했다.
시 주석은 오는 17일 아스타나에서 열리는 중국·중앙아시아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중앙아시아에서는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키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등 5개국 정상이 참여할 예정이다. 이번 회의에서는 교통·에너지·안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국과 중앙아시아 간 협력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처음으로 중앙아시아 국가에서 개최됐다”며 “지역 협력의 황금시대를 열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고는 “중앙아시아는 모든 국가가 중국의 전략적 파트너인 세계 유일의 지역”이라며 “중국과 중앙아시아 국가 간 협력의 또 다른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의 이번 방문이 한국을 포함해 미국, 일본 등이 참여하는 G7 정상회의가 15∼17일(현지시간) 캐나다에서 열리는 가운데 이뤄지면서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지정학적 요충지인 중앙아시아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중국은 중앙아시아와 남미, 아프리카 등 글로벌사우스(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개발도상국) 국가들과 전략적 협력에 공을 들이며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에 대응해왔다.
중국과 중앙아시아 간 협력 관계는 1991년 소련 붕괴로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독립한 이후 본격화됐다. 특히 중앙아시아가 일대일로(중국과 중앙아시아·유럽을 잇는 육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의 핵심 지역으로 떠오르면서 양측 관계는 더욱 가까워졌다.
2023년 5월에는 중국 주도로 중국·중앙아시아 정상회의가 출범했다. 첫 회의는 중국 산시성 시안에서 열렸다. 과거 실크로드의 출발지인 시안을 첫 회의 장소로 정하며 일대일로에 참여하는 중앙아시아 국가 정상들과 연대 강화에 나선 것이다.
당시 시 주석은 “우리는 공동으로 외부 세계가 내정에 간섭해서 이른바 ‘색깔 혁명’을 책동하는 일에 반대해야 한다”며 안보 협력 강화를 강조한 바 있다. 또 중국은 중앙아시아 국가들에 260억위안(약 5조원) 규모의 금융 지원 등을 약속했다.
지난 1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발 관세전쟁 본격화된 상황에서 열리는 회의이다 보니 ‘반미 전선’을 구축하는 데에도 중점을 둘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상하이 국제문제연구소의 자오룽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이번 회의에선) 이전에 합의한 프로젝트를 실행하고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데 집중할 것”이라면서도 “양측은 공동의 외부 압력에 직면해 있어 더 강력한 전략적 협력을 모색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최근 이스라엘·이란 전쟁까지 발발한 상황이어서 지정학적 문제에 관한 논의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중앙아시아 5개국 중 투르크메니스탄은 이란과 국경을 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