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베트남에 "중국산 부품 줄여라"…공급망 재편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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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베트남에서 조립해 자국으로 수출하는 제품의 중국산 기술 의존도를 줄이도록 베트남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미국이 고율 관세를 무기로 본격적인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17일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베트남과의 관세 협상 과정에서 중국산 부품·기술 사용 축소를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베트남은 애플, 삼성전자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의 핵심 생산 기지로 자리 잡았지만 여전히 상당 부품을 중국에서 조달하고 있어 이번 협상의 쟁점으로 부상했다.

지난해 중국은 베트남에 전자부품, 컴퓨터, 휴대폰 등 기술 제품을 약 440억달러어치 수출했다. 이는 중국의 전체 베트남 수출 중 약 30%를 차지하는 규모다. 한 소식통은 “미국은 베트남이 중국산 첨단 기술 의존도를 낮추길 원한다”며 “이는 중국 부품 의존도를 줄이려는 미국의 공급망 재편 전략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베트남산 제품에 최고 46% 고율 관세를 매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관세가 부과되면 미국을 최대 수출시장으로 둔 베트남에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미국의 관세 부과 시한인 7월 8일이 다가오고 있지만 양국 간 최종 합의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또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은 이르면 이달 말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 정부도 현지 부품 조달 확대를 위해 기업과 협의하고 있지만 기술 확보와 전환까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베트남 현지 공급망 전문가인 카를로 치안도네는 “베트남은 공급망 규모와 정교함 측면에서 중국보다 15~20년 뒤처져 있다”고 진단했다. 또 “현지 기업도 변화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급격한 변화는 기업 생존에 치명적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은 중국산 제품이 ‘메이드 인 베트남’ 라벨을 달고 우회 수출되는 사례에 단속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미국은 이 같은 방식으로 낮은 관세를 적용받는 중국산 제품이 미국 시장에 유입되는 것을 차단할 방침이다. 베트남도 허위 라벨 단속 등 일부 요구에 협조 의사를 밝히고 있다.

다만 베트남은 중국과의 외교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은 베트남 최대 투자국 중 하나인 동시에 안보적으로 긴장을 유지하고 있는 복잡한 상대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베트남에 미·중 사이 외교 딜레마로 작용하고 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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