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FDA “동물실험 안해도 신약 허가”…개발비용 낮춘다

3 weeks ago 9

단계적 폐지 발표…AI-미니장기 등 ‘대체실험’ 주목

실험용 쥐의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실험용 쥐의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10일(현지시간) 신약 개발 허가 과정에서 동물실험 요건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신약 개발 시간을 단축시키고 비용을 절감해 환자들의 약 값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신약 개발에서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예측 모델이나 미니 장기로 불리는 ‘오가노이드’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10일 FDA는 홈페이지를 통해 항체 의약품을 시작으로 신약 허가 요건에 명시된 동물실험 요건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 정부와 유럽 집행위원회는 관련 법 개정을 통해 동물실험 없이도 신약 허가 신청이 가능하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한 바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동물실험 대신 다른 방식의 데이터로 전임상이 허가된 사례는 없다. FDA의 이번 발표는 실제 허가 과정에서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는 다른 실험 데이터를 받아들이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1조 원대 신약개발 비용, 크게 낮출 수 있어

FDA가 신약 허가 과정에서 동물실험을 폐지하려고 하는 이유는 크게 안전성 확보와 비용 및 시간 절감이다. 특히 가장 우선적으로 동물실험 폐지가 적용되는 항체 의약품의 경우, 동물과 사람의 면역 체계가 달라 동물실험으로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하기가 어려웠다. 2006년 독일의 테제네로가 백혈병 치료제로 개발한 항체 의약품 ‘ TGN1412’는 동물 실험에서 안전성이 확인됐지만, 사람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시험에서 과도한 면역 반응이 일어났다, 그 결과 6명이 중환자실에 실려가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신약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연구원 모습. 동아일보 DB

신약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연구원 모습. 동아일보 DB
FDA에 따르면 항체 의약품 개발에 들어가는 비용은 약 6억5000만~7억5000만 달러(9446억~1조900억 원)에 이른다. 일반적으로 신약 동물실험에 필요한 영장류는 총 144마리인데 한 마리당 최대 5만 달러(7265만 원)의 비용이 든다. FDA는 “보다 예측력이 높은 방법을 사용하게 되면 직접적인 비용 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고, 이는 궁극적으로 약가 인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에 대해 마틴 마카리 FDA 국장은 “제약 회사들은 너무 오랫동안 동물실험을 수행해왔다”며 “이번 계획은 약물 평가의 패러다임 전환을 의미하며, 동물 실험을 줄이는 동시에 의미 있는 치료법 개발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AI·오가노이드 등 대체시험 시장 주목

미국 개발사 ‘에뮬레이트’에서 개발한 ‘장기 칩’의 모습. 인간의 생리현상을 작은 칩을 통해 구현할 수 있다. 에뮬레이트 홈페이지

미국 개발사 ‘에뮬레이트’에서 개발한 ‘장기 칩’의 모습. 인간의 생리현상을 작은 칩을 통해 구현할 수 있다. 에뮬레이트 홈페이지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미니 장기라고 불리는 ‘오가노이드’와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예측 모델링 방식이다. 오가노이드는 줄기세포를 활용해 인간의 특정 장기를 칩 위에 그대로 모사한 것이다. 사람의 장기를 모사했기 때문에 동물실험에 비해 인체 반응을 더 잘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AI를 활용해 임상 결과를 예측하는 방식도 있다. 항체의 유전자 서열, 구조, 알려진 임상 결과를 AI가 학습한 뒤 약물 후보물질의 서열을 분석해 면역 반응과 독성 등을 예측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들의 주가가 11일 동시에 크게 올랐다. AI 신약 개발 기술을 보유한 신테카바이오, 온코크로스 등은 FDA의 발표 이후 약 20% 가까이 주가가 올랐다. 오기환 한국바이오협회 전무는 “동물실험을 대체할 시험법 개발이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금까지 오가노이드나 AI에 대한 신뢰성 데이터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에 당장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는 없겠지만 점차적으로 FDA가 그 비중을 늘려갈 것”이라고 했다.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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