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주식시장에서 관세는 가장 중요한 변수입니다. 하지만 관세는 다른 모든 변수들의 예측력을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불확실 그 자체입니다. 무엇보다 투자자들의 신뢰가 하락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미국 주식시장은 큰 위험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관세를 통해 결국 큰 과실을 얻게 될 것이라고 호언장담하지만, 그 과정에서 미국 금융시장이 지켜온 '신뢰'라는 중요한 가치가 훼손되고 있음을 간과하고 있습니다.
관세의 불확실성에는 크게 두 가지 성격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적용 범위와 강도이고, 두 번째는 강도 조정과 지속 기간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관세가 예상보다 더욱 빠른 속도로 강도 높게 진행되면서 첫 번째 불확실성은 충격 관점에서 최악을 지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직 반도체 등 품목 관세가 남아 있음에도 말입니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두 번째 불확실성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 유럽연합(EU), 한국 등 무역 적자가 큰 국가들을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서고 있지만, 이른 시일 내 합의가 도출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트럼프식 협상은 상대국들의 일방적 양보를 얻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협상의 핵심인 중국과의 협상은 논의조차 개시되지 않았습니다. 즉 비교적 빨리 해소된 첫 번째 불확실성과 달리 두 번째 불확실성은 해소되는 데 시간이 소요될 전망입니다.
이 같은 이유로 약세장 진입을 목전에 두고 반등한 증시에 성급하게 동조하기보다 긴 호흡으로 협상을 확인하면서 접근해도 충분합니다. 불안해진 실적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주요 기관들의 경기 전망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는 데 반해 실적 전망은 아직 반영이 미미한 상황입니다. 당장 이번 1분기부터 실적이 시장에 실망을 줄 가능성은 낮지만, 향후 관세 영향이 변수입니다.
기업은 단기적으로는 확보한 재고와 중국 외 지역으로의 공급망 다각화를 통해 관세 피해를 상대적으로 축소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완전 탈중국화를 하기 어려운 현실적인 한계, 기본 관세(10%) 등을 감안하면 관세가 장기화될 경우 기업들의 마진 축소가 불가피합니다. 관세에 따른 향후 실적 영향에 대한 신호를 확인해야 합니다.
한편 이르면 5월부터 미국 의회에서 감세안 연장에 대한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불확실성 속 감세안 연장은 일부 불확실성을 완화시켜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입니다.
다만 감세 연장에 따른 기대효과는 지난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보다 제한적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추가적인 기업 이익과 소비 여력 개선을 기대하려면 감세율의 추가 하향이 필요하지만, 현재 상·하원 모두 기존 감세율을 유지하는 것을 채택 중입니다.
[박혜란 삼성증권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