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방위비 거의 안내”…대응 난감한 트럼프식 ‘거짓말 정치’ [트럼피디아] 〈35〉

14 hours ago 6

1일(현지 시간) 백악관 잔디밭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트럼프 대통령. 워싱턴=AP 뉴시스

1일(현지 시간) 백악관 잔디밭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트럼프 대통령. 워싱턴=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내각회의 도중 돌연 “한국이 (주한미군) 방위비를 거의 내지 않는다”고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축소해 언급한 일화가 이달 중순경 이뤄질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에도 종종 사실과 다른 주장을 펴곤 한다”며 “최근 2개월간 언급한 최소 9개의 허위 주장을 언급했다”고 전했다.

● 국정 과제 합리화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8일 백악관에서 열린 내각회의에서 “많은 사람들이 대공황 도중에 관세가 도입됐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착각”이라며 “대공황을 겪고 한참 뒤에야 관세를 거둬 회복이 더뎠다”고 했다.

이는 관세 정책의 정당성을 주장하기 위한 취지로 풀이되나 실제 사실과는 어긋난다. 대공황의 시작으로 꼽히는 1929년 10월 주식 시장 폭락이 발생하고 8개월 뒤인 1930년 6월 2만 개 이상의 품목에 추가 관세를 부과한 스무트-홀리 법안이 발효됐다. 이 법안으로 인해 1929년 40%였던 평균 관세율이 이듬해 59%로 대폭 뛰었다. 이 법으로 무역 상대국이 즉각 보복 관세를 부과하며 통상 전쟁이 촉발됐고, 1932년 대선에서는 민주당 소속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승리하며 정권 교체를 이뤘다.

* 20세기 초반 관세로 흥하고, 관세로 졌던 공화당의 흥망사를 트럼피디아 17화에서 살펴봤다.

지난달 8일 내각회의에서 발언하는 트럼프 대통령(오른쪽 두번째). 워싱턴=AP 뉴시스

지난달 8일 내각회의에서 발언하는 트럼프 대통령(오른쪽 두번째). 워싱턴=AP 뉴시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을 압박하기 위해 사실과 어긋나는 주장을 활용하기도 했다. 지난달 8일 내각회의에서 미국의 무역적자와 불리한 무역협정, 관세 부과 필요성을 설명하다 돌연 비난의 화살을 한국으로 돌린 것이 대표적이다. 그는 “한국이 매우 적은 금액을 (주한미군 주둔비로) 지급했다”며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그마저 거의 없애버렸다”고 주장했다. 이와 비슷하게 6월에는 유럽연합(EU)과의 무역 협상의 진전 상황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EU는 무역에서 미국을 이용하기 위해 결성됐다”고 밝혔다.

● 자신의 능력 과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과장된 이야기를 언급한 사례도 있다. 지난달 28일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 스코틀랜드 방문 도중 자신이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전날 결과를 정확히 예측했다”고 밝혔다. 당시 ‘워싱턴 아웃사이더’ 이미지를 밀며 유력 대선 주자로 꼽히던 그는 국민투표 전날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나는 브렉시트에 크게 집중하고 있지 않지만, 나라면 EU 탈퇴 찬성에 투표하겠다”고 했다. 아예 검증되지 않은 주장을 펼친 적도 있다. 6월에는 에어포스원 탑승 전 기자회견에서 “2003년 이라크 침공을 앞두고 침공에 공개적으로 반대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침공할 거면 석유를 비축해두라는 조언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 발발 이전에 조지 W 부시 행정부를 상대로 전쟁을 만류한 발언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CNN이 전했다.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열린 에너지혁신 행사에 참석한 트럼프 대통령(왼쪽 두번쨰)이 박수를 받고 있다. 피츠버그=AP 뉴시스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열린 에너지혁신 행사에 참석한 트럼프 대통령(왼쪽 두번쨰)이 박수를 받고 있다. 피츠버그=AP 뉴시스
지난달 15일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열린 에너지혁신 행사 연설에서는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로 재직한 삼촌 존 트럼프(1907~1985)가 유나바머(소포 폭탄) 테러범 테드 카친스키를 가르쳤다고 주장했다. 자신이 삼촌에게 “카친스키는 어떤 학생이었냐“고 묻자, 삼촌이 “진심으로 훌륭했다”고 답했다는 일화도 언급했다. 그러나 실제로 카친스키는 하버드대에 다녔고, 카친스키는 존 트럼프 사후인 1996년 유나바머인 것으로 드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허구의 이야기를 지어낸 것으로 추정된다.

● ‘트럼프식 주목 정치’ 분석도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허위 주장은 트럼프식 주목 정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유권자들의 관심을 돌리기 위한 전략”이라고 평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6월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24시간 안에 끝내겠다는 약속은 빈정거린 것이었다”고 언급한 것을 두고는 시사지 애틀랜틱이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층은 그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2016년 평가한 내용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WP는 “정치 성향이 점차 유권자의 현실 인식을 좌우하고 있다”며 성전환 치료를 받는 아동이 극히 적지만 공화당이 지난해 대선에서 이를 이슈화해 지지층 결집에 성공했다고 전했다.

지지층 결집 또는 자신의 발언을 이슈화하기 위해, 특정 사안을 과장하고 나아가 거짓말까지 아무렇지도 않게 구사하는 트럼프식 전략이 잘 먹히고 있다는 뜻이다.

35화 요약: 트럼프 대통령은 사실과 다른 주장을 통해 동맹을 압박하거나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고 있다. 지지층의 관심을 끌기 위한 전략으로 거짓말을 정치적 무기로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치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허위 주장이 유권자 결집에 미치는 효과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동아일보가 아카이빙한 미니 히어로콘텐츠 ‘트럼프 2.0 폴리시 맵’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주요 정책을 한 눈에 확인하세요.

https://original.donga.com/2025/trump_policym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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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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