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로펌, 업무 80% AI에 맡겨
영국과 일본 로펌도 자본 투자
세종·율촌·대륜 등 체질 개선
“고객 편익이 생존 기준으로”
최근 국내 법조계에서 변호사 배출 규모 감축 논의가 지속되는 가운데 글로벌 법률 시장은 인공지능(AI)과 리걸테크를 필두로 새로운 시장 수요 창출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조 관계자들은 “국내 법률 시장의 성장을 위해 효율화와 시장 확대라는 ‘뉴노멀’에 대비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7일 국세청에 따르면 국내 법률 시장 규모는 9조원 내외로 2012년(약 3조6000억원) 대비 배 이상 성장했다. 다만 이는 법률 선진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규모가 작은 편이다. 시장 규모가 약 500조원에 달하는 미국 대비 약 1.5%, 독일(약 110조원) 대비 약 8%, 일본(약 60조원) 대비 약 13%에 불과하다.
국내보다 시장 규모가 훨씬 큰 이들 국가는 이미 규제 완화와 AI 기술 도입 등 제도적 혁신을 통해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혁신의 최전선에는 미국의 신생 AI 로펌 모리츠(Moritz)가 있다. 전 오픈AI 사내변호사가 창업한 이 로펌은 전체 법률 업무의 80%를 AI에 할당하고 변호사는 20%의 최종 감수만 맡는다. 이를 통해 대형 로펌의 전통적 수익 모델인 시간당 청구 방식을 과감히 깨고 파격적인 정액제를 도입해 새로운 잠재 고객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보수적인 글로벌 초일류 대형 로펌들도 예외가 아니다. 영국의 A&O 시어먼과 애셔스트 등은 법률 전문 생성형 AI 하비(Harvey)를 전사적으로 도입해 인수합병(M&A) 문서 검토와 초안 작성에 활용하고 있다.
일본의 4대 로펌 중 하나인 나가시마오노&츠네마츠도 직접 출자해 거대언어모델(LLM) 기반의 계약서 검토 서비스를 개발하는 등 AI를 통한 업무 증강에 막대한 자본을 투입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국내 법조계의 논의가 단순히 ‘변호사 선발 인원 제한’이라는 양적 제어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에서 10년째 법률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A 변호사는 “변호사 선발 인원이 줄어든다고 레드오션인 법률 시장이 얼마나 호황을 맞을지는 의문”이라며 “선진국들이 IT 기술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수임료 장벽을 낮추는 상황에서 공급 축소만 강조하는 것은 시장의 본질적인 변화를 놓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차라리 제반 규제를 완화해 국민의 법률 접근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논의가 전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내 법률 시장 전반의 정체 우려와 별개로, 글로벌 스탠더드를 좇아 체질 개선에 나선 국내 대형 로펌들의 움직임도 관측된다.
법무법인 세종은 자체 생성형 AI를 구축해 법률 문서 초안 작성에 활용하고 있으며 법무법인 율촌은 자체 AI 검색 서비스인 아이율을 통해 판례 DB와 내부 시스템을 한 화면으로 통합했다. 또 법무법인 대륜 역시 수만 건의 승소 데이터를 AI와 클라우드로 체계화해 의뢰인이 사건 진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AI 대륜과 MY 대륜 등 자체 플랫폼을 사용 중이다.
한 대형 로펌 관계자는 “이제 누구나 변호사에 준하는 지식과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며 “더 이상 지식 격차로 의뢰인과 변호사의 경계를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이어 “기술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며 시스템을 혁신한 로펌만이 미래 법률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nglish (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