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커빙턴앤드벌링 변호사 인터뷰
김민우 변호사 “韓기업 선제 대응 시급”
불가항력 조항·상한선 설정 등 재협상 대비
철강·구리·반도체 등 232조 조사 계속 진행
한미 관세 15% 합의에도 불확실성 여전
“최근 미국에서는 기업 간 계약서 조항을 놓고 관세 부담을 어느 쪽에서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지에 대한 분쟁 관련 문의로 업무가 많아지는 중입니다. 관세 관련 불확실성이 계속될 텐데 한국 기업들도 선제적으로 대응전략을 수립해야 합니다.”
지난달 31일 한미 관세협상 타결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산업통상자원부 주관 통상법무 세미나에서 강연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김민우 미국 커빙턴앤드벌링(Covington&Burling) 로펌 변호사는 같은 날 매일경제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미국 내 기업과 수출관련 장기 공급계약을 맺은 한국 기업들의 경우 기존에는 자유무역협정(FTA)이 맺어져 있어 관세가 없었거나 매우 낮은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트럼프 2.0’ 시대에 관세 부담이 생겨나면서 이에 대한 부담을 어느쪽에서 할 것인지가 쟁점이 되고 있다. 반대로 미국에 직접 진출해 공장 등을 투자해 운영하는 한국 제조 기업의 경우 미국 외부의 수입 원자재 관세 부담을 누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가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는 “글로벌 기업들의 대미 수출 및 투자 시 관세를 어떤 식으로 거래에 반영하고 누가 부담할지가 중요해졌는데 계약상 모호성이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계약을 체결했을 당시에는 지금의 관세 현실이 고려대상이 아니었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미국 회사와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한 한국 기업의 경우 한미 FTA 하에서의 관세 부담여부를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구체적으로 합의하지 않거나, 수출기업이 부담하는 계약을 했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관세를 어느 쪽이 부담할 것인지에 대해 설령 계약에 명시돼 있더라도 트럼프 2.0 관세라는 국면에서 일방이 재협상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면서 “30%인지, 50%인지 어느정도 이상의 관세가 계약이행 예외사유가 되는 ‘불가항력 사항’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도 새로운 쟁점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관세만으로도 산업에 부담이 되는데, 추가적으로 계약당사자와 분쟁이 일어나면 기업들은 이중고를 겪게 된다”며 기업이 선제적인 관세 리스크 관리를 할 것을 당부했다. 계약상 해지 조항이나 불가항력 조항에 관세 부담을 명시하거나 관세 부담에 대한 상한선을 둬 계약을 재협상 혹은 해제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미 체결된 계약의 경우 관세 부담 관련 조항 및 이행 예외 조항을 분석하고 필요시 재협상을 위한 논거를 준비할 것도 당부했다. 계약상 분쟁 해결 조항도 중요하다. 계약에 따라 관세 부담에 대한 분쟁이 미국 내 법원이나 국제중재 등 분쟁 해결절차를 거쳐야 할 수도 있다.
정부 차원에서 관세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계속하면서도 미국에 수출, 투자하는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계약상 관세위험 관리를 위한 조항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도 당부했다.
한미 관세협상 타결에 대해서는 “상호관세 및 자동차 관세가 15%로 합의돼 한국 산업이 한시름 놓았지만, 아직 수많은 품목에 대한 높은 관세가 가능해 안심하긴 이른 상황”이라며 관세 부담에 대한 계약 분쟁 가능성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철강, 알루미늄, 구리에 대해 50% 품목 관세가 부과된 데 이어 목재, 의약품, 반도체, 핵심광물, 민항기 등 주요 품목에 대해 아직 제232조 조사가 진행 중이어서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한 조사 범위를 매우 넓게 잡고 있어 파급효과가 클 것” 이라며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관세 부담 및 불확실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정부가 상호관세 부과의 근거로 마련한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이 미국 내 1심에 해당하는 국제무역법원(CIT)에서 지난5월 위법하다고 판결된 부분도 주목할 부분이다. 항소심이 진행중으로 빠르면 8월중 항소심 판결이 나올 수 있다.
워싱턴의 대표적 로펌인 커빙턴앤벌링은 1919년 워싱턴DC에서 설립돼 100년이 넘은 역사를 지닌 로펌이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관세와 관련해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분야의 업무에 대응하기 위한 대책 팀(TF)을 만들어 운영 중이다. 김민우 변호사는 관세, 통상, 국제중재 등을 담당하고 있고, 미국에 제품을 수출하는 한국기업 및 정부 자문 등을 위해 통상협상을 앞둔 시기 한국을 방문했다. 서울대 외교학과와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한 후 2017년에 커빙턴앤벌링에 입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