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여행 온 외국인도 '화들짝'…결국 한강서 탄성 지른 이유 [현장+]

3 days ago 5

한강버스에 승선한 외국인들/사진=유지희 기자

한강버스에 승선한 외국인들/사진=유지희 기자

"서울 뷰티풀~"

서울의 첫 수상 대중교통 '한강 버스'가 18일 정식으로 닻을 올렸다. 이날은 내국인뿐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들도 대거 탑승해 한강 위 새로운 교통수단을 체험했다.

갑판으로 나간 이들은 서울의 풍경을 배경 삼아 연신 사진을 찍었고, 전철이 달리는 다리 아래를 지날 때마다 카메라를 치켜들며 "뷰티풀"을 연발했다. 갑판에 인파가 몰리자 직원이 안전을 위해 직접 제지하는 장면까지 연출됐다.

◇ "서울 풍경 배 위에서 보다니 특별"

한강버스/영상=유지희 기자

한강버스/영상=유지희 기자

외국인들은 이색적인 경험에 연신 감탄을 쏟아냈다. 러시아에서 온 리자(43)는 "제주, 부산, 속초를 거쳐 서울 여행은 이틀째인데 너무 좋다"며 "서울은 산과 아파트가 어우러진 독특한 풍경을 보여주는데, 이걸 배 위에서 본다는 게 정말 특별하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 달 동생이 서울에 올 예정인데 꼭 한강 버스를 타보라고 할 것"이라며 "가격도 매우 합리적이다. 오히려 싸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탈리아에서 온 앨리스(34) 역시 "정말 훌륭한 경험"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배 위에서 서울의 큰 강을 따라 이동하는 것은 새로운 관점에서 도시를 바라보게 한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옆에 있던 글로리아(23)도 "한국 여행을 계획하는 친구에게 반드시 추천할 것 같다"며 "지하철로는 절대 볼 수 없는 뷰와 경험을 주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 물살에 출렁이자 "와" 탄성

한강버스/사진=유지희 기자

한강버스/사진=유지희 기자

기자는 이날 낮 12시 30분, 마곡나루 선착장에서 출발하는 배에 몸을 실었다. 대기 번호는 90번. 선착장은 이미 탑승을 기다리는 시민들로 북적였고, 곳곳에서 "드디어 타본다"는 설렘 가득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배 안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넓고 깨끗한 내부였다. 총 199석이 마련돼 있었고, 양쪽으로 탁 트인 파노라마 창이 설치돼 있어 승객들은 주저 없이 창가 석으로 몰렸다. 특히 앞쪽 창문 자리는 출항 전부터 순식간에 만석이 됐다.

배가 강 위를 천천히 미끄러지듯 나아가자 마치 서울 도심을 유람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한강 변 아파트와 고층 건물이 창밖으로 이어졌고, 멀리 남산서울타워까지 보였다.

중간중간 물살이 거세지는 구간에서는 배가 위아래로 출렁였다. 그 순간 승객들 사이에선 "와!"하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뱃멀미가 있는 이들에게는 다소 불편할 수 있었지만, 전반적인 승차감은 안정적이었다. 실제로 몇몇 시민에게 소감을 묻자 "좋은데요?"라는 반응이 돌아왔다.

갑판으로 나가 사진을 찍는 시민들도 많았다. 특히 몇몇 선착장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대거 승선하면서 분위기는 더욱 활기를 띠었다. 전철이 다리 위를 달려가는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 시민들이 카메라를 위로 들어 올리기도 했다. 여의도에서 탑승한 박 모씨(44)는 "느리지만 여유가 있다. 서울 곳곳을 여행 다니는 기분"이라며 환한 얼굴로 말했다.

남편과 함께 탑승한 김지현(58) 씨는 "선착장이 조금 좁은 건 아쉽지만 오늘 같은 날씨에 이렇게 좋은 풍경을 본 건 오랜만"이라며 "관광용으로 정말 좋은 것 같다. 오늘 타보고 나니 주변 사람들에게도 추천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 외국인 안내·셔틀버스 등은 아쉬움

무료셔틀버스 안내/사진=유지희 기자

무료셔틀버스 안내/사진=유지희 기자

한강버스가 망원을 지나 오후 1시 20분 여의도에 도착했을 때 이미 대부분의 좌석이 채워졌다. 이후 1시 23분 여의도를 출항해 압구정(1시 48분 도착), 옥수(2시 5분), 뚝섬(2시 30분)을 차례로 거쳤다.

선착장마다 평균 10분가량 정차해 승객을 태웠고, 오후 2시 48분께 최종 목적지인 잠실 선착장에 도착했을 때는 출발 후 2시간 15분이 흘러 있었다. 승객들은 아쉬운 듯 사진을 더 찍으며 배에서 내렸다.

하지만 첫 운항 현장에서는 아쉬운 부분도 드러났다. 근처 지하철역에는 선착장으로 향하는 무료 셔틀버스 안내가 있었지만, 실제 정류장에는 각 정차 지점을 영어로만 간단히 설명한 안내문 외에는 외국인이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무료 승차에 관한 별다른 정보가 없었다.

배차 간격이 15분이라는 문구를 제외하면 운행 시간표나 탑승 방법 안내도 없어 시민들은 대부분 직접 걸어가거나 일반 시내버스를 이용해야 했다. 중국인·일본인 등 외국인 관광객들도 적지 않았지만, 안내판은 영어로만 표기돼 언어 접근성이 떨어졌다. 선착장이 강가에 위치하다 보니 이동 과정이 번거롭다는 지적도 있었다. 잠실 선착장에서 내린 승객들은 "지하철역까지 어떻게 가야 하나 막막하다"며 불편을 토로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 "관광 자원화 위해 개선 필요"

한강버스/사진=유지희 기자

한강버스/사진=유지희 기자

전문가들은 한강 버스가 단순한 교통수단을 넘어 관광 콘텐츠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이러한 불편이 개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변재문 세종대 호텔관광경영학 교수는 "한강버스는 출퇴근 주민들의 이동 편의를 높이는 일차적 기능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는 새로운 체험형 관광자원이 될 수 있다"며 "외국인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언어·발권·탑승 안내와 노선 정보 등이 개선된다면, 인천공항으로 돌아가기 전 마지막 체험 요소로 즐기는 등 관광 프로그램으로 확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상원 경희대 호텔관광대학 교수는 "해외 관광객들은 다양한 블로그나 모바일 앱을 통해 정보를 얻기 때문에 정보 부족을 크게 느끼지 않을 수도 있다"면서도 "외국인들에게 모바일과 연계한 안내를 강화한다면 한강이 가진 매력도를 더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한강 버스는 마곡~잠실 28.9km 구간을 오가며 7개 선착장을 연결한다. 현재는 하루 14회 운행하지만, 추석 이후에는 출퇴근 시간대 급행 노선을 포함해 하루 30회로 늘릴 계획이다. 연내에는 선박을 12척까지 확보해 48회 운항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요금은 편도 3000원이며, 기존 기후동행카드보다 5000원 비싼 '한강권종'을 구매하면 한 달간 무제한 탑승이 가능하다.

선내에는 카페테리아, 자전거 거치대, 휠체어 석, 구명조끼 등 편의 시설이 마련돼 있다. 일부 선착장 옥상은 시민들에게 개방되며, 하반기부터는 '선셋 웨딩'과 전시·체험 프로그램도 운영될 예정이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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