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국내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750조원을 넘어섰다. 이달 들어 10영업일도 안 돼 2조원 가까이 불어난 것이다.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시행을 앞두고 미리 주택 구입 자금을 조달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는 가운데 증시 호황에 따른 ‘빚투’(빚내서 투자)까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은 주요 은행 임원들을 소집해 더 엄격한 대출 관리를 주문하기로 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5대 은행의 지난 12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50조791억원으로 지난달 말(748조812억원)보다 1조9979억원 증가했다. 이 같은 추세가 월말까지 유지되면 이달 가계대출 증가액은 5조원을 넘을 가능성이 높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은 지난 4월(4조5337억원)과 5월(4조9964억원) 등 연이어 4조원 이상 불어났다.
대출 종류별로 살펴보면, 주택담보대출이 1조4799억원 늘었다. 다음달 수도권에서 집을 살 때 주담대 한도를 줄이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 3단계 스트레스 DSR이 시행되기 전 최대한도로 대출을 받으려는 ‘막차’ 수요가 대출 증가를 이끌었다. 규제가 적용되면 수도권에서 주담대를 받을 때 한도가 지금보다 3~5% 줄어든다. 최근 강한 매수세로 서울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는 등 부동산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어 당분간 주담대 증가세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 둘째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26% 올라 지난해 8월 넷째주(0.26%) 이후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19주 연속 상승세다.
신용대출도 이달 들어 6002억원 많아졌다. 주택 구입을 위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현상에 최근 증시 호황에 따른 빚투까지 증가한 영향이 컸다는 설명이다. 지난 13일 코스피지수는 2894.62로 3일 대선 후 7거래일 동안에만 7.3% 뛰었다. 12일에는 2920.03까지 올랐다. 새 정부의 증시 부양정책에 대한 기대가 깔린 덕분인데, 이 때문에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빠르게 유입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식 투자 열기까지 뜨거워지면서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이기 더 어려워졌다”며 “3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 후에도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지 면밀히 지켜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가계대출 폭증 조짐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16일 국내 은행들의 대출 담당 부행장들을 불러들여 긴급 간담회를 열기로 했다. 간담회에선 최근 가계대출이 급증한 농협은행, SC제일은행 등에 경고 조치가 주어질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현장점검을 통해 이 은행들이 DSR 규제를 우회하는지 등도 들여다볼 계획이다.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으면 추가 규제 카드를 꺼내 든다는 방침이다. 은행의 신규 주담대에 위험가중치를 더 부여하거나 수도권 전세대출 보증 비율을 더 낮추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김진성/박재원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