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날씨 걱정에 한숨 쉬는 농가가 늘었습니다. 올여름 엘니뇨가 올 확률이 80% 이상으로 높게 예측됐거든요. 엘니뇨가 오면 바닷물 온도가 뜨거워지면서 땅이 쩍쩍 마르거나 갑작스러운 폭우가 오는 일이 잦아져요.
이로 인해 아시아 전역에 가뭄이 온다는 전망까지 나와 전 세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죠. 그런데 이런 위기를 돈으로 바꾸는 회사가 있습니다. 바로 생명공학 기술을 가진 글로벌 농업 기업 ‘코르테바(Corteva)’입니다.
코르테바가 돈을 버는 무기는 크게 두 가지예요. 옥수수나 콩 등의 씨앗을 전 세계 농가에 파는 ‘종자(씨앗)’ 부문과 잡초나 벌레로부터 식물을 지키는 제초제·살충제를 만드는 ‘작물 보호제’ 부문이죠. 매출 비중을 자세히 뜯어보면 종자가 약 57%, 작물 보호제가 약 43%를 차지하고 있어요.
겉보기엔 그저 평범하게 씨앗과 농약을 파는 회사인가 싶겠지만, 이 두 부문을 통해 코르테바가 작년 한 해 올린 매출만 무려 174억달러에 달해요.
이 엄청난 매출의 비결은 바로 기술력에 있어요. 코르테바는 흔히 ‘농업계의 반도체 기업’이라고 불리는데요, 매년 새롭게 업데이트되는 스마트폰처럼 씨앗 세포 안에도 가뭄과 병해충을 이겨내는 유전자 특허기술을 심어 성능을 높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예시가 코르테바의 ‘아쿠아맥스(AQUA max)’ 옥수수입니다. 이 종자는 심각한 가뭄 환경 속에서도 경쟁사 종자보다 평균 6.3 bu/A(에이커당 부셸) 높은 수확량을 보여줬어요.
여기서 bu/A는 땅 넓이에 비해 곡물이 얼마나 풍성하게 열렸는지를 재는 수확량 단위예요. 넓이인 1에이커는 약 4047㎡를, 옥수수 1부셸은 약 25.4㎏을 의미해요. 즉, 아쿠아맥스 옥수수는 가뭄 환경에서도 1에이커당 160㎏을 더 생산한 셈이죠. 이런 종자 기술에 대해 척 마그로 코르테바 최고경영자(CEO)는 “종자는 매년 점점 더 좋아지는 유일한 농자재이며, 농부들에게 확실한 투자 수익을 보장한다”고 자신 있게 말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좋은 기술력만으로 꾸준한 매출이 보장되진 않아요. 농가가 씨앗을 계속 사도록 만드는 영리한 전략이 필요하죠. 코르테바는 농가와 ‘기술 사용 계약(TUA)’을 맺어 구매한 씨앗으로는 농사를 딱 한 번만 짓도록 규정해 뒀어요. 만약 수확한 씨앗을 남겨뒀다가 다음 해에 다시 심으면 엄청난 벌금을 물어야 하죠.
결국 농부들은 매년 새롭게 업그레이드된 프리미엄 씨앗을 다시 구매하고, 기술 사용료도 새로 내야만 해요. 마치 우리가 넷플릭스를 매달 결제해 보는 것처럼 농업계에 일종의 ‘씨앗 구독 경제’를 정착시킨 셈입니다.
물론 처음부터 모든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았어요. 과거에는 자체 기술력이 부족해서 다른 기업이 가진 유전자 특허를 빌려 써야 했거든요. 매년 막대한 기술 사용료(로열티)를 타사에 지불하다 보니 수익성도 떨어졌어요.
이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자체 특허기술 개발에 몰두했어요. ‘콘케스타 E3(Conkesta E3)’ ‘엔리스트(Enlist)’ 같은 기술을 꾸준히 개발한 덕분에 남에게 막대한 기술 사용료를 내던 신세에서 벗어나 오히려 기술을 빌려주고 돈을 받는 기업으로 당당히 자리 잡았죠.
특히 올해는 로열티 부문이 마침내 흑자로 돌아서리라 예상되죠. 회사는 이렇게 아낀 비용과 늘어난 수익을 합치면 앞으로 10년 동안 약 10억달러의 추가 이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배윤경 기자·방예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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