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당의 '대통령 후보자 선출 취소'에 맞서 신청한 효력정지 가처분 재판에서 자신의 후보 자격 박탈이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권성수 수석부장판사)는 10일 오후 5시 김문수 후보가 당을 상대로 낸 대통령 후보자 취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의 심문을 열었다.
가처분 심문을 평일이 아닌 휴일에 여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재판부가 사안의 시급성과 중요성을 인정해 심리를 신속히 진행한다는 뜻으로, 이날 밤 결정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심문에는 김 후보가 직접 나와 눈길을 끌었다. 통상 소송대리인 외에 신청인 당사자가 법정에 나오는 사례는 드물다. 그만큼 김 후보가 절박한 입장을 주장하려는 취지로 해석된다.
김 후보는 법정에서 발언 기회를 얻어 "정당은 기본적으로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돼야 하는데, 당이 새벽에 후보자가 알지도 못하는 사이 선출을 취소하고 다른 후보자를 뽑았다"며 "전 세계 정당 역사에서 이렇게 비민주적으로 하는 곳이 어디 있나"고 주장했다.
김 후보 측은 "당이 새벽 2시에 후보 선출을 취소하고 3∼4시 후보 등록을 받았다. 김 후보는 그 시간에 알지도 못했다"며 "이런 식으로 후보자 자격을 박탈하는 것은 최소한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지킬 의지도 없는 폭거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측 대리인은 "새벽에 공고가 된 것은 전날 단일화 협상이 12시 조금 넘어 끝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늦어진 것"이라며 "물리적으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고 반박했다. 또 "현재 법률적으로는 최종 후보자가 정해지지 않은 것이지, 김 후보자의 대선 후보 지위가 박탈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날 심문에서 "기본적으로 단일화는 정당 내부 활동인 만큼 가급적 정당 내에서 해결하고, 사법 심판을 하지 않아야 한다고 본다"고 짚었다.
그러면서도 "그런데 선출된 대선 후보자를 취소하는 규정이 당헌 등에 없는 것으로 보이고, 당 측에서도 '대선 후보자 선출에 관한 특례' 등이 선출 취소의 근거가 될 수 있는지에 관해 얘기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며 "정당의 자율성을 어디까지 보장해야 할 것인지 고민이 많다"고 부연했다.
재판부는 양측에 이날 오후 8시까지 추가 의견을 제출해달라며 "최대한 빨리, 집중해서 살펴볼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후보 선출 취소와 관련해 국민의힘 측은 당헌 제72조 4항의 '대선 후보자 선출에 관한 특례' 등을 근거로 삼았다. 이는 '상당한 사유가 있을 때는 대선 후보자 선관위 심의와 최고위(비상대책위원회) 의결로 대선 후보 선출에 관한 사항을 정한다'는 내용이다.
새로 제기된 가처분 소송의 쟁점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우선 당헌에 후보 취소 등 교체의 근거가 있는지, 그게 적용되는 상황인지 여부다. 당헌에 이번과 같은 상황을 상정한 구체적 규정은 없는 상태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는 당헌 특례 조항의 '상당한(타당한·합리적인) 사유'에 해당하는지를 소명해야 한다.
또 다른 쟁점은 특례 조항에서 '후보 선출에 관한 사항을 정한다'고 한 당헌 규정이, 당원과 민의에 의해 선출된 후보 교체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 가능한지, 당의 내부 기구가 총의로 선출한 후보 교체까지 할 권한이 있는지다. 이 점도 국민의힘 측이 재판부에 소명해야 한다.
만약 당헌에 명확한 규정이 없다고 판단될 경우 '선출에 관한 사항'이라는 부분을 '교체'까지 가능한 것으로 확장 해석할 수 있는지가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이날 새벽 비상대책위원회와 선거관리위원회 회의를 열어 김 후보 선출 취소 안건을 의결하고, 전 당원 투표와 전국위원회를 거쳐 한덕수 후보로 교체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이에 김 후보는 "비대위는 국민과 당원의 선택을 받아 정당하게 선출된 저 김문수의 대통령 후보 자격을 불법적으로 박탈했다"며 가처분신청을 냈다.
앞서 김 후보는 지난 8일 당을 상대로 '대선 후보자 지위를 인정해달라'는 취지의 가처분 신청도 냈으나 전날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