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질약의 반전…관절염 연골 손상 회복 효과 확인[노화설계]

1 day ago 3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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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관절염은 연골이 점차 손상되고 소실되면서 진행하는 대표적인 퇴행성 관절 질환이다. 연골을 재생하거나 손실을 뚜렷하게 늦추는 효과가 입증된 승인 약물은 아직 없다. 현재 사용하는 스테로이드 주사는 통증을 일시적으로 완화할 수는 있지만 관절 자체가 망가지는 진행을 막지는 못한다.

그런데 간질 치료에 이용하던 약물이 통증을 줄이는 동시에 손상된 연골을 회복하는 효과를 보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예일대학교 의과대학 연구진은 국제 학술지

‘바이오액티브 머티리얼스(Bioactive Materials)’에 발표한 논문에서 간질 치료제 라코사미드(lacosamide)가 전임상 실험에서 골관절염의 통증을 줄이는 동시에 연골 손상을 회복시키는 효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특히 자체 제작한 특수 하이드로겔을 사용해 약물을 관절 안에 직접 전달했을 때 효과가 더욱 뛰어났다고 덧붙였다.골관절염은 흔히 ‘관절이 닳아서’ 생기는 병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훨씬 복잡한 생물학적 과정이 관여한다.

관절 속 연골세포(chondrocyte·콘드로사이트)는 새로운 연골을 만들고 오래된 조직을 분해하는 일을 끊임없이 반복하며 균형을 유지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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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골관절염이 생기면 이 균형이 무너진다. 연골 ‘파괴’ 작용이 우세해지면서 연골 손실이 가속화하고, 결국 뼈와 뼈가 직접 마찰하게 된다. 심해지면 인공관절 치환술이 필요할 수 있다.

연구진은 세포가 전기 신호를 전달하도록 돕는 ‘Nav1.7’이라는 단백질이 정상 관절에서는 비교적 조용히 작동하지만 골관절염 관절에서는 과도하게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Nav1.7의 과활성화는 단순히 통증 신호를 증가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연골세포가 스스로 연골을 파괴하도록 유도하는 역할도 한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연구 책임자인 정형외과·재활의학과 추안쥐 류(Chuan-Ju Liu) 교수는 “Nav1.7이 제대로 조절되지 않으면 통증과 관절 퇴행이 동시에 진행된다”며 “이 단백질 하나만 차단해도 통증을 줄이고 연골세포가 스스로 복구하도록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간질 치료제로 승인된 라코사미드를 인간 연골 조직(무릎 인공관절 수술 과정에서 확보한 조직)과 쥐에게 투여했다.

실험 결과 적정 농도의 라코사미드는 연골 생성 단백질 생성을 촉진하고 연골 분해를 억제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매우 낮은 농도에서 강한 효과를 보였으며 안전성도 상대적으로 우수했다. 용량이 지나치게 많거나 적으면 효과가 감소했다.

라코사미드가 조직 재생을 돕는 ‘HSP70’과 염증 및 조직 손상을 억제하는 ‘미드카인(midkine)’이라는 두 가지 신호 단백질 분비를 늘린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두 단백질은 관절 내 환경 자체를 연골 회복에 유리한 상태로 바꾸는 데 기여한다.

골관절염에서 라코사미드(LCM)의 전달 경로와 연골 보호 작용 기전을 도식화한 그림. 출처= Bioactive Materials.

골관절염에서 라코사미드(LCM)의 전달 경로와 연골 보호 작용 기전을 도식화한 그림. 출처= Bioactive Materials.

문제는 관절 내부에 주입한 약물이 빠르면 몇 시간 안에 빠져나간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제2형 콜라겐(Type II collagen) 기반 하이드로겔을 개발했다. 2형 콜라겐은 연골에서 ‘철근’ 역할을 하는 단백질로, 연골의 탄력과 충격 흡수 능력 유지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골관절염이 진행되면 이 단백질이 점차 파괴되면서 연골 손상이 심해진다.

라코사미드를 품은 하이드로겔은 주사기 안에서는 액체 상태지만 체온에 닿으면 젤처럼 굳는다. 그 결과 약물이 관절 안에 머무르며 수주에 걸쳐 천천히 방출된다.

동물실험에서는 4주에 한 번 주사하는 라코사미드 하이드로겔이 매일 먹는 경구약보다 연골 보호 효과가 더 뛰어났다.

이번 결과는 전임상 단계에서 얻었다.

하지만 연구진은 해당 약물이 Nav1.7 유전자 이상으로 발생하는 신경통 환자에서 통증 완화 효과가 이미 입증돼 있어 실제 골관절염 환자에서도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또한 라코사미드가 이미 간질 치료제로 승인된 약물이기 때문에 새롭게 개발한 신약보다 임상시험 허가 과정이 훨씬 빠를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진은 사람에게서도 실제 연골 보호 및 회복 효과가 나타나는지, 장기간 안전한지 확인하기 위한 임상시험을 계획하고 있다.

만약 사람 대상 임상시험에서도 효과가 확인된다면, 골관절염 진행을 늦추고 인공관절 치환술이 필요한 시점을 늦추는 데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

관련 논문 주소: https://dx.doi.org/10.1016/j.bioactmat.2026.0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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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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