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현식 기자] “저의 몸과 마음에 이 작품이 여전히 살아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고 가슴이 벅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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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진 국립발레단장(사진=국립발레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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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멜리아 레이디’(사진=ⓒKiran West) |
강수진 국립발레단 단장 겸 예술감독이 29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무궁화홀에서 열린 드라마 발레 ‘카멜리아 레이디’ 기자간담회에서 공연 준비 과정을 돌아보며 꺼낸 말이다.
‘카멜리아 레이디’는 현대 발레계 거장으로 통하는 세계적인 안무가 존 노이마이어가 프랑스 작가 알렉상드르 뒤마 피스의 소설 ‘춘희’를 바탕으로 1978년 창작한 작품이다. 파리 사교계의 코르티잔 여성 마르그리트와 젊은 귀족 남성 아르망의 가슴 아픈 사랑과 운명을 그린다.
이 작품은 강 단장의 현역 무용수 시절 대표작이다. 강 단장에게 동양인 최초로 무용계 아카데미상인 ‘브누아 드 라 당스’ 수상 영예를 안겼다.
이번 공연은 5월 7~11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다. 강 단장은 슈투트가르트발레단 및 네덜란드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출신이자 ‘카멜리아 레이디’ 파트너로 오랜 시간 호흡한 마레인 라데마커와 함께 직접 시범을 보이며 국립발레단 무용수들을 지도하는 등 공연 준비에 남다른 열정을 쏟았다.
강 단장은 “‘카멜리아 레이디’는 인간 내면의 감정을 발레라는 언어로 풀어낸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연습 과정을 돌아보면서는 “모든 동작을 정직하고 솔직하게, 그리고 진심을 다해 춰야만 깊은 감동을 온전히 전할 수 있는 작품이다. 제가 느꼈던 바를 후배 단원들에게 알려주고자 했다”고 밝혔다.
강 단장은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시절 호흡을 맞춘 존 노이마이어와 오랜 인연을 이어왔다. 이에 강 단장이 이끄는 국립발레단은 지난해 5월 ‘인어공주’ 공연으로 존 노이마이어와 처음으로 작업을 함께했으며, 1년 만에 두 번째 협업작을 공연을 무대에 올리게 됐다.
강 단장은 “발레계에선 존 노이마이어의 작품을 공연할 기회를 얻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려운 일로 여겨진다”며 “발레리나로서 진심을 다해 사랑한 작품을 국립발레단 공연으로 무대에 올릴 수 있도록 해준 데 대해 진심어린 감사 인사를 드린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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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무가 존 노이마이어(사진=국립발레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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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멜리아 레이디’(사진=ⓒKiran West) |
기자간담회에 동석한 존 노이마이어는 “강 단장은 최상의 컨디션으로 공연을 올리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며 헌신하는 프로페셔널한 단장”이라며 화답했다.
‘카멜리아 레이디’는 단순한 사랑 이야기를 넘어 희생과 운명, 사회적 억압 속에서의 인간의 존엄성을 탐구한다. ‘녹턴’, ‘발라드’, ‘마주르카’, ‘폴로네즈’ 등 19세기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작곡가 프레데리크 쇼팽의 서정적인 음악이 무용수들의 움직임과 조화를 이뤄 감정선을 고조시킨다.
존 노이마이어는 “19세기 고전 발레와 다른 형태의 전막 발레를 만들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작품”이라며 “한 편의 영화처럼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무언어 형태의 예술이 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밝혔다. 이어 “주인공들뿐만 아니라 모든 등장인물의 시각을 담아 깊이감이 느껴지도록 했다”고 부연했다.
존 노이마이어는 지난달 18일부터 약 일주일간 한국을 찾아 연습 및 캐스팅 과정에 참여했으며, 작품의 최종 완성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전날 다시 한 번 내한했다. 개막 전까지 막바지 연습을 직접 지도할 예정이다. 그는 “무대에 오르는 모두가 기술적, 감정적으로 같은 선상에 있을 수 있도록 지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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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국립발레단) |
국립발레단의 올해 첫 정기 공연이다. 공연에는 마르그리트 역의 조연재·한나래, 아르망 역의 변성완, 곽동현 등이 참여한다. 총 3막으로 이뤄진 공연이며 러닝타임은 인터미션 2회 포함 170분이다.
강 단장은 “대한민국 발레가 놀랍도록 발전했다. 무용수뿐만 아니라 관객 수준도 높아진 상황”이라며 “‘카멜리아 레이디’가 대한민국 발레가 세계적 수준으로 올라왔다는 걸 보여주는 공연이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