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김성수 기자] 국민연금공단과 한국투자공사(KIC)에 이어 건설근로자공제회(이하 건근공)도 '기준 포트폴리오' 도입을 적극 검토한다.
기존 자산군 중심 운용 체계와 달리, 위험과 수익 중심으로 자산을 배분하는 선진 운용 방식을 반영해서 수익률을 더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이로써 건근공의 자산운용 시스템이 질적으로 한 단계 도약할 것으로 예상된다.
12월 용역 완료…자산운용 전면 '재설계'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건설근로자공제회는 '기준 포트폴리오 도입 및 중장기 자산운용전략 개편' 연구용역 계약을 지난 12일 한국펀드평가와 체결했다.
건근공은 당초 지난 4월 해당 연구용역을 발주했지만 유찰되면서 수의계약 방식으로 사업자를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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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건근공 '기준 포트폴리오 도입 및 중장기 자산운용전략 개편' 연구용역 제안요청서) |
본 계약 기간은 계약 당일로부터 180일(약 6개월)로, 오는 12월 8일까지다. 다만 최종 검수와 보고 절차 등을 고려하면 실제 결과 공개 시점은 다소 늦어질 수 있다.
한국펀드평가는 지난 2008년 4월 설립된 국내 펀드평가 1위 업체다. 회사는 지난 2003년 한국자산평가의 펀드평가사업부에서 2008년 분사한 후 22년 이상 펀드평가업무를 수행해왔다.
주요 고객사로는 국민연금, 주택도시기금, 고용·산재보험기금, 공무원연금 등 대형 연기금이 있으며, 주요 주주는 한국리스크관리 등이다.
이번 용역을 계기로 건근공은 자산운용 체계를 전면 재설계할 것으로 보인다. '기준 포트폴리오'는 주식, 채권, 대체투자 등 자산군별 투자 비중을 정하는 전통적인 자산배분 방식과 달리, '위험자산'과 '안전자산'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설계하는 것이 핵심이다.
기준 포트폴리오를 도입하면 시장 환경 변화에 따라 자산군 구분 없이 유연하게 비중을 조정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연기금과 국부펀드들이 기준 포트폴리오를 적극 활용해왔다. 국내에서는 자본시장 양대 '큰 손'인 국민연금과 KIC가 잇따라 기준 포트폴리오를 도입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지난 2024년 5월부터 대체투자에 기준 포트폴리오를 새롭게 도입했다. 이로써 대체자산 시장에 기금운용본부가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했다.
KIC는 오는 7월 1일부터 전체 운용자산 10%에 통합 포트폴리오(TPA) 전략을 시범 적용한다. 이 TPA를 구성하는 여러 요소 중 하나가 기준 포트폴리오다.
지난해 말 기준 KIC의 운용자산은 2320억달러(약 355조원)로, 이 중 10%인 약 35조원 자산이 TPA 방식으로 운용될 예정이다. 이는 행정공제회, 사립학교교직원연금(사학연금) 등 국내 주요 기관투자자(LP)의 전체 운용자산과 맞먹는 규모다.
행정공제회의 경우 올해 자산운용 계획 기준 총 자산이 37조1832억원 규모며, 사학연금은 작년 기준 금융자산이 29조7280억원이다.
국민연금·KIC 이어 운용시스템 '질적 도약'
건근공이 자산운용 지배구조(거버넌스)에 '기준 포트폴리오' 방식 도입을 검토하는 것은 이같은 흐름에 발맞춰 중장기 자산운용 체계를 고도화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건근공은 이번 용역을 통해 대내외 환경변화에 맞는 새로운 중장기(5개년) 자산운용전략을 수립할 예정이다. 또한 공제부금 운용 투명성을 높이며, 수익률도 높이려고 하고 있다.
특히 건근공이 운용체계 개편에 나선 배경에는 수익률 제고 요구가 있다. 최근 건근공이 타 기관과 운용수익률 격차가 발생하면서 이사회 등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서 공제부금 운용 성과를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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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설근로자공제회 연도별 수익률 현황 (자료=건설근로자공제회) |
일례로 건근공의 작년 자산운용 수익률은 5.91%다. 다른 주요 공제회인 △한국교직원공제회(11.0%) △대한지방행정공제회(투자자산 9.4%, 총 자산 8.4%) △과학기술인공제회(9.46%) △노란우산공제(9.36%) △경찰공제회(7.9%)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낮다.
과거 수익률 추이를 봐도 운용수익률이 6% 미만으로 한 자릿수에 그친다. 이는 건근공 자산운용의 방점이 그동안 '안정성'에 찍혀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1998년 조성된 건근공은 작년 말 기준 운용자산 규모가 5조4631억원이다.
자산배분 포트폴리오를 보면 지난 2024년 말 기준 총 운용자산에서 채권 비중(56.7%)이 가장 높고 대체투자(29.7%), 단기자산(7.4%), 주식(6.2%) 순으로 배분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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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익철 건설근로자공제회 자산운용본부장(CIO) (사진=건설근로자공제회) |
신익철 건근공 자산운용본부장(CIO)이 작년 7월 부임한 후로 그나마 채권 비중이 줄고 주식 비중이 늘었다.
하지만 여전히 총 운용자산에서 채권이 절반 이상(작년 말 기준 50.8%)을 차지한다. 이어 대체투자(32.2%), 주식(11.5%), 단기자산(5.5%) 순이다.
이에 따라 건근공은 '기준 포트폴리오'라는 최신 자산운용 방법론을 반영해서 자산운용정책을 재정비하고 수익률을 높일 계획이다. 국민연금과 KIC에 이어 건근공까지 기준 포트폴리오 도입을 추진하면서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운용 패러다임 변화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 고위 관계자는 "기준 포트폴리오는 개념적으로는 이상적이지만 실제 투자에 도입하려면 많은 연구를 해야 한다"며 "예컨대 기준 포트폴리오를 도입하기 전에는 데이터센터에 투자할 때 사모주식(프라이빗 에쿼티·PE) 부문도 데이터센터에 투자할 수 있고, 부동산이나 인프라 부문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기준 포트폴리오를 도입하면 데이터센터로 동일한 자산군이어도 투자 물건이 데이터센터 개발사업이냐, 또는 완성된 데이터센터 투자냐에 따라 위험 수준을 판단해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활발한 논의가 필요하며, 의사 결정의 난이도도 높아지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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