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도 월드컵을 막진 못한다. 월드컵 개최국 중 한 곳인 미국은 전쟁 상대국인 이란 축구 선수들의 입국을 허용했다. 이어 미국과 이란은 중동 전쟁을 끝내고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하는 예비 합의에 이르렀다. 이 소식에 미국 ‘기름 회사’들의 주가는 하락하고 반도체 등 인공지능(AI) 관련 주식들은 상승세다.
유가는 물가상승(인플레이션)의 핵심 변수다. 물가가 잡히면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금리를 내릴 명분을 얻는다. 금리 인하 기대감에 채권 매수가 증가하고, 이는 국채 값 상승(금리 하락) 요인으로 작용한다. 막대한 이자 부담에 짓눌려 있던 AI 관련주에도 숨통이 트인다. ‘전쟁 끝’(종전)이 주는 효과는 국내외 AI 주식에게 호재다.
축구처럼 ‘인공지능(AI) 월드컵’이 열린다고 가정해보자. 4강을 따져보면 설계(ARM)·장비(ASML)·메모리(SK하이닉스·마이크론)가 한 경기장 안에서 우승컵을 놓고 격돌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 주식을 몽땅 사면 될까. 그래선 안 된다. 이들의 실적 대비 주가 수준과 업종별로 얼마나 겹치는지를 보고 투자해도 늦지 않는다.
젠슨 황이 61조원을 써도 못산 회사 ARM
4년 마다 열리는 축구 월드컵은 ‘기세’가 중요하다.
평소 실력도 중요하지만 월드컵 기간 중 선수들 컨디션이 경기 결과로 바로 연결된다. 한국과 미국은 나란히 첫 경기에서 이기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네덜란드와 잉글랜드는 ‘무관의 우승 후보’다. 잉글랜드는 자국에서 개최한 월드컵에서만 우승했을 뿐 다른 대회에선 우승 길목 마다 ‘복병’들에게 발목을 잡혔다. 유럽의 두 나라는 이번 대회 절치부심(원통하고 분해서 이를 갈며 마음속 깊이 복수를 다짐) 중이다.
이들 4개국 소속 상장사가 2026년 들어 기세가 좋다. 알파벳 순서 기업명으로 ARM(잉글랜드)·ASML(네덜란드)·마이크론(미국)·SK하이닉스(한국)다. ARM은 2026년 들어 6월15일(미국 현지시간) 까지 277.4% 올랐다. 같은 기간 ASML은 76.9% 상승했다. 두 유럽 회사는 미국에서 개최한 월드컵에서 뛰듯 자국뿐 아니라 미국 나스닥에도 상장돼 있다.
메모리 분야에서 치열하게 경쟁 중인 미국 회사 마이크론과 한국 대표 선수 하이닉스는 올해 누적 수익률로도 각각 281.2%, 238%를 보이며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개최국 프리미엄을 안고 있는 마이크론의 주가 상승률이 ‘AI 4강’ 중에선 가장 뛰어나다.
ARM의 기세가 좋은 것은 AI 시장이 ARM으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단순하게 개념도를 그리면 ‘ARM 설계 → ASML 장비 → 위탁생산 → 고대역폭메모리(HBM) 탑재 → AI 데이터센터’로 이어진다. 결국 AI 시장이 살아나면 그 첫 물줄기가 되는 ARM의 이익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영국 대학도시 케임브리지에 있는 ARM은 원래 일본 소프트뱅크가 소유했던 회사다. 2020년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ARM을 400억 달러(61조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영국은 물론 미국과 유럽이 오랜만에 한목소리로 “엔비디아의 ARM 인수합병 반대”를 외쳤다. ARM이 세계 첨단 반도체 생태계의 기준이자 표준이어서다. 엔비디아는 결국 소프트뱅크에 계약 위약금까지 주고 인수합병(M&A)을 포기한다.
축구로 따지면 최고 스타 ‘메시’가 프랑스 스트라이커 ‘음바페’를 영입해 ‘아르헨티나+프랑스’ 연합군으로 월드컵에 나오는 것과 비슷하다. 당연히 공정한 경쟁이 안된다고 생각하는 다른 나라들이 반대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ARM은 따로 나스닥 기업으로 상장했다.
ARM의 저력은 AI 시장 참여자들은 누구나 안다. 세상에 팔리는 스마트폰 칩의 99%, AI 서버 칩의 상당수가 ARM 설계를 기반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2026년 주가 폭발은 다소 ‘이변’이다. 그래픽처리장치(GPU) 중심의 AI 시장이 예상보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서다.
엔비디아의 GPU가 대량 연산에 집중됐지만 추론 단계에선 CPU가 훨씬 많이 필요하다. 챗GPT에 질문할 때 마다 CPU가 열심히 일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AI 비서(에이전트) 시대에선 복잡한 작업 스케줄링(배분)을 담당하는 CPU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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