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6년06월18일 17시53분에 마켓인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이데일리 마켓in 허지은 기자] 홈플러스의 회생 마지노선인 DIP(긴급운영자금) 자금 2000억원 마련이 사실상 불발되면서 조기 파산 우려가 짙어지고 있다. 메리츠금융그룹이 MBK파트너스의 보증 한도 내에서만 1000억원을 지원하기로 선을 그은 가운데, MBK 측은 이미 자금 동원 여력이 한계에 달했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서울회생법원이 이달 말 회생절차 연장 불가 및 청산 결론을 내릴 거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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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언하는 안수용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장 [사진=연합뉴스] |
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메리츠금융은 이사회를 열고 홈플러스에 대한 1000억원 규모의 DIP 금융 지원 안건을 의결하고 19일 오전 중 에스크로(조건부 예치) 계좌에 대금을 입금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자금은 대출채권 비율에 따라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증권이 13분의 7을,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캐피탈이 각각 13분의 3을 분담한다.
형식상으로는 고사 직전인 회생 기업에 구원투수로 등판한 모양새지만 시장의 평가는 엇갈린다. 메리츠의 지원 규모가 홈플러스에 필요한 2000억원 중 절반에 그치면서다. 홈플러스 수정 회생계획안에 따르면 상품 공급 정상화와 구조 혁신을 위해 2000억원 규모의 DIP 자금 확보가 필수적이다. 가결 시한인 오는 7월 3일 안에 이를 해결하지 못 하면 홈플러스는 조기 파산에 직면할 수 있다.
이번 지원의 전제 조건이 MBK파트너스 법인 및 김병주 회장의 연대보증이라는 점도 ‘메리츠답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 채무자의 신용 위험을 대주주에게 완전히 전가하는 구조여서, 금융기관으로서의 대출 심사라기보다 단순한 담보부 대출에 가깝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대보증이 성립되면 홈플러스가 파산하더라도 메리츠는 에스크로 자금을 즉시 회수하거나 MBK에 대금을 청구해 1000억원을 그대로 돌려받을 수 있다. 메리츠 입장에서는 신용 위험 부담이 전혀 없는 리스크 제로 대출인 셈이다. 일각에서 주주 충실 의무와 배임 우려를 피하기 위해 안전장치를 걸어둔 채 생색만 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영끌’한 MBK…“추가 지원 불가능”
반면 MBK 측은 추가 여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김병주 회장이 자택 담보대출까지 받아 개인 증여(400억원)와 연대보증(600억원) 등 사재를 털었고, MBK 법인 차원에서도 이미 기존 증권사 대출에 대한 연대보증(2000억원)과 앞선 DIP 금융 투입과 메리츠에 대한 연대보증까지 등 총 5000억원 규모의 직·간접적 지원을 했다는 설명이다.
사모펀드(PEF) 운용사의 구조적 한계도 명확하다. MBK가 운용하는 수십조원의 펀드 자금은 출자자(LP)들의 몫으로 묶여 있어 홈플러스에 임의로 수혈할 수 없다. 운용사 법인 자체의 연간 재원은 극히 제한적인데, 무리하게 추가 대출을 받거나 대규모 지급보증을 확약했다가는 사모펀드 자체의 신용도가 추락해 다른 자산의 대출 계약까지 위태로워질 수 있다.
오는 22일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 잔금 1200억원이 들어오지만 이 역시 연체된 협력사 물품 대금과 밀린 세금 등 기초적인 유지 비용으로 순식간에 공중분해될 자금이다. 법원이 요구하는 회생 이행을 위한 신규 자금 2000억원의 벽을 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결국 메리츠로부터 2000억원을 조달하지 못 하면 파산을 막을 카드가 없는 상황이다.
물론 자본시장의 논리로 보면 금융기관인 메리츠가 부실기업을 상대로 무리하게 리스크를 감수할 이유는 없다. 사모펀드인 MBK 역시 투자 실패에 따른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피해는 홈플러스에 생계가 걸린 수만 명의 노동자들과 협력업체 직원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대주주와 채권단이 서로에게 공을 넘기며 책임을 회피하는 사이, 홈플러스는 잔인한 6월 말 시한폭탄을 마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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