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회화·설치미술…허물어진 공예의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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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부터 60일간의 대장정을 시작한 2025 청주공예비엔날레. 올해로 14회째를 맞은 이번 행사는 메인 전시장인 문화제조창 본관(충북 청주시 청원구 내덕동)을 비롯해 다양한 곳에서 부대 전시가 열리고 있다. 72개국 1300여 명의 작가 작품 2만5000점이 나온 역대급 규모 전시다.

올해 비엔날레의 특징은 ‘공예’의 범위가 무한히 확장됐다는 점이다. 강재영 예술감독은 “나라마다 생각하는 공예의 범위가 다른데, 한국은 근대 이후에 만들어진 공예에 갇혀 있는 것 같았다”며 “이번 비엔날레를 통해 공예의 확장성을 추구했다”고 설명했다.

< 60일간의 대장정 > 충북 청주시 문화제조창에서 열리고 있는 2025 청주공예비엔날레 메인 전시장 모습. 역대 최대 규모로 최장 기간 열리는 이번 행사는 오는 11월 2일까지 이어진다.  청주=이솔 기자

< 60일간의 대장정 > 충북 청주시 문화제조창에서 열리고 있는 2025 청주공예비엔날레 메인 전시장 모습. 역대 최대 규모로 최장 기간 열리는 이번 행사는 오는 11월 2일까지 이어진다. 청주=이솔 기자

◇ 72개국 1300여 명 작가 참여

‘세상 짓기’라는 테마 아래 열린 이번 메인 전시에서는 16개국 140명의 작품 300여 점이 소개됐다. 이 공간은 총 4개 섹션으로 구성됐는데 동선에 따라 공예가 수공예에서 설치미술 영역까지 확장하는 양상을 띤다. 보편 문명으로의 공예, 탐미주의자를 위한 공예, 모든 존재자를 위한 공예, 그리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공예라는 하부 주제를 지닌 공간을 지나면 아주 작은 오브제부터 대형 설치물까지 볼 수 있다.

다만 메인 전시장에 너무도 다양한 의미를 축적한 작품이 전시된 건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했다. 인류 문명의 모태인 공예에서 건축, 회화, 디자인까지 발전한 경로를 보여줬다고 하지만 산발적인 느낌은 지우기 어려웠다.

메인 전시장 옆에서는 초대국가전이 열렸다. 올해에는 태국을 주빈국으로 맞이해 나라의 역사와 함께 발전해 온 독특한 공예문화를 만날 수 있다. ‘유연한 시간’이라는 주제로 태국 공예의 뿌리부터 현대 공예까지 작은 규모지만 비교적 알차게 꾸려졌다. 라탄으로 짜 올린 불상들은 가벼운 소재가 전하는 묵직한 울림을 선사했다.

◇ 섬유공예 주제로 인도와 협업

현대자동차가 후원하는 ‘현대 트랜스로컬 시리즈’로 선보인 특별전 ‘엮음과 짜임’도 방문객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번 특별전은 휘트워스미술관과 공동 기획한 것으로, 인도 국립공예박물관과 하스트칼라아카데미와 협력해 이뤄졌다. 이 공간에서는 ‘섬유공예와 커뮤니티’를 주제로 한국과 인도 작가가 각국을 방문해 교류하고 공동으로 연구한 결과물을 신작으로 내놨다.

인도의 전통 직조 방식과 한국의 한산 모시 직조 방식의 공통점, 노동집약적 섬유공예의 유사점 등 리서치 트립을 통해 작가들이 느낀 ‘발견의 희열’도 공감할 수 있다는 게 특징. 서로 다른 지역의 공동체 속 문화를 가교 삼아 협력해 섬유공예의 독특한 물꼬를 텄다.

문화제조창을 지나 구름다리 너머 자리한 ‘동부창고’에서도 뜻깊은 전시가 마련됐다. ‘성파선예전: 명명백백’은 대한불교조계종 종정 성파스님의 삶과 수행 예술의 세계를 조명하는 자리. 특별전 때문인지 불교에 귀의한 방문객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전시 타이틀인 명명백백은 꾸밈없이 순수한 본질을 선언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하다.

길이 100m, 높이 3m에 이르는 순백의 한지가 전시실 벽을 감싸고 공간에 있는 컬러풀한 색감의 작품이 대조를 이룬다. 올해 청주공예비엔날레는 11월 2일까지 열린다.

청주=이해원 기자 um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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