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장 안의 우리는 안전한가?[유상건의 라커룸 안과 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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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수원KT위즈파크 앞에서 열린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대한 항의 트럭 시위. 
수원=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2일 수원KT위즈파크 앞에서 열린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대한 항의 트럭 시위. 수원=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유상건 상명대 스포츠ICT융합학과 교수

유상건 상명대 스포츠ICT융합학과 교수
한국의 스포츠 팬은 안전한가? 우리는 이 질문에 답을 갖고 있을까. 지난달 프로야구 NC 안방구장(창원NC파크)에서 일어난 구조물 추락 사고는 끝내 한 젊은 팬의 목숨을 앗아갔다. 봄을 맞아 시즌이 시작된 프로야구 경기장은 야구팬은 물론이고 야구를 잘 모르는 이들에게도 매력적인 나들이 장소다. 녹색 다이아몬드 그라운드와 선수들의 형형색색 유니폼, ‘깡’ 하는 타구음과 ‘와’ 하는 함성은 생각만 해도 짜릿하다. 그곳에서 일어난 비극이라니. 개장 후 6년밖에 안 된 경기장에서 벌어진 사고라 더욱 어처구니가 없다.

이는 국내 프로스포츠 역사상 드문 인명 사고일 수 있다. 그러나 누군가는 이 사고로 경기를 보러 가는 것에 부담을 느낄 수도 있다. 또 많은 관중을 수용하는 경기장에선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위험도 있다. 안전이 스포츠 관람 환경의 최우선 요소가 돼야 하는 이유다.

실제 1989년 리버풀FC와 노팅엄 포리스트의 축구협회(FA)컵 준결승전이 열린 영국 힐즈버러 스타디움에선 경기 도중 96명이 압사하고, 766명이 다쳤다. 당시 선수들은 훌리건이 피치로 내려온 것으로 생각했지만, 입석 구역에 수용 인원을 초과하는 관중이 입장해 빚어진 참사였다. 영국 정부는 2012년 진상조사보고서에서 경기 시작 후 경찰이 출입구를 개방하며 비극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최악의 열대야를 보였던 지난해 8월 우리나라에선 야간 마라톤 대회 중 28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해 행사가 조기 중단됐다.

이처럼 스포츠 안전은 시설뿐 아니라 행사 관리 양 측면에서 점검해야 한다. 많은 나라들은 스포츠 안전을 위해 관련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일본은 1970년 비영리단체인 스포츠안전협회를 설립했고, 미국은 2006년부터 국가스포츠안전연구센터를 통해 관중 안전과 보안을 챙긴다. 한국도 같은 취지로 2010년 스포츠안전재단을 세웠다. 그렇다면 스포츠 안전과 관련한 우리 시스템에는 문제가 없을까.

우선 안전 관리를 할 책임에 법의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국민체육진흥법 제13조 2항은 스포츠 행사 개최자에게만 책임을 묻는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역할과 책임은 불분명하다. 체육시설법, 스포츠기본법, 생활체육진흥법 등에서 산발적으로 규정된 안전 관련 조항을 통합해 스포츠 안전을 체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시설과 행사 관리의 이원화도 문제다. 시설은 국민체육진흥공단이 담당하고, 행사는 스포츠안전재단이 지원하고 있어 비효율적이다. 각 기관의 고유 능력은 살리되 체계는 통합해 안전 점검과 교육, 연구, 캠페인 등을 통합 솔루션으로 제공해야 한다. 또 현장에선 스포츠 안전 전문가가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프로구단조차도 안전 전담 인력 없이 행정직원이 겸직한다.

이제 모든 스포츠 조직은 ‘경기에서 점수를 내주면 조금만 잃는 것이고, 안전사고가 나면 모든 것을 잃는다’는 각오로 일해야 한다. 지면을 빌려서나마 창원NC파크 구조물 추락 사고로 숨진 피해자의 명복을 빌며 부상자의 쾌유를 기원한다.

유상건 상명대 스포츠ICT융합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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