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연의 경영 오지랖] '저맥락 한국어' 쓰는 세대가 온다

7 hours ago 3

중년층 이상이 서비스직 아르바이트를 하는 20대 초중반 청년과 최근 대화해본 적이 있다면, 묘한 위화감을 느꼈을 가능성이 크다. 나도 마찬가지다. 뭔가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는 느낌을 종종 받는다. 대화가 예상한 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든다. 내가 어떤 요청을 하거나, 어떤 상황을 설명하며 불편 사항을 말할 때, 생각하지 못한 반응이 나오는 일이 더러 있었다.

20·30대, 직설적 언어에 익숙

[고승연의 경영 오지랖] '저맥락 한국어' 쓰는 세대가 온다

참 미묘한 지점이고 묘한 상황이라 구체적 예시를 들기는 모호하지만, 글을 읽는 중년층 이상 중 최근 각자 겪은 다소 이상한 경험을 떠올려보면 대부분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딱히 누군가 예의 없게 하거나 잘못한 상황도 아닌데 느껴지는 묘한 삐걱거림. 이 문제를 고민하던 필자가 깨달은 지점은 젊은 세대, 지금의 10대와 20대, 좀 더 나가면 30대 초반의 젊은 세대는 한국어를 ‘저맥락 언어’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어, 일본어 그리고 아랍권 언어를 보통 ‘고맥락 언어’라고 한다. 보통 교토 화법이니 충청도 화법이니 하는 것처럼 에둘러 표현하는 방식으로 생각한다. 그것보다는 좀 더 ‘상황적 맥락’을 중시해 ‘주어’가 없이도 문장이 구성되고 대화가 통하는 언어라는 점에서 ‘고맥락’이라고 한다. 반면 영어나 독일어 등 서구권 언어는 대부분 ‘저맥락 언어’로 분류된다. 직접적이고 명시적인 언어여서 ‘비즈니스에 적합한 언어’로 불리기도 한다.

ChatGPT

ChatGPT

지금의 30대 후반 이후 세대는 한국어를 원래의 ‘고맥락 언어’로 사용해왔다. 그래서 ‘척하면 척’하고 알아듣는 걸 ‘눈치가 빠르다’, ‘센스가 있다’고 칭찬해왔다. 그런데 젊은 세대는 좀 다르다. 일단, 전 세계가 하나로 연결된 상황에서 휴대폰을 들고 세계 각국의 콘텐츠를 소비하면서 영어권의 직설적인 표현에 익숙해졌다.

더군다나 성장기에 팬데믹 시기, 즉 비대면으로 지낸 기간이 길었던 만큼 전체적인 분위기와 상황, 맥락을 고려한 대화에 썩 익숙지 않은 편이다. 거기에 음성 전화보다 텍스트로 된 문자와 카카오톡을 주고받으며 성장했기에 더더욱 그렇다. 어쩌면 각자의 화면을 보고 각자의 알고리즘 속에서 사는 ‘개인화 세대’에게는 ‘대부분이 공유하고 알만한 상황과 맥락’은 아예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리더, 이젠 암시보다 구체적 지시

이런 세대 특성을 이해하고 나면, 뭔가 묘한 이질감과 위화감이 이해된다. 그리고 그렇게 ‘저맥락 언어’로 한국어를 사용하는 세대와 업무를 할 때 어떻게 해야 할지도 감이 올 것이다. “이 보고서가 조금 아쉽네요”라고 말하며 다시 고쳐오라고 암시하듯 말하기보다 “2쪽의 근거 자료가 부족합니다. 통계자료를 추가하고 결론을 다시 작성해 주세요”라고 지시하는 방식으로 소통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되면 막연히 뭐가 문제인 것 같기는 한데 본인이 더 고민하기 싫거나 잘 몰라서 부하 직원, 젊은 직원에게 ‘그냥 다시 해오라’고 요구하는 무능한 리더들의 무책임함도 자연스레 사라질 것이다.

젊은 직원들이 ‘말귀를 잘 못 알아듣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리더가 있다면, 본인 스스로 ‘내가 잘 알아듣게 명시적으로 구체적으로 정확하게 지시했는가’를 돌아볼 일이다. 어쩌면 ‘고맥락’이라는 말속에 감춰진 리더들의 무능과 무책임을 조직에서 걷어낼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고승연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