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기준으로 전국 상가 경매 진행 건수는 8050건에 달했다. 부동산 시장이 활황이었던 2022년 1분기(1949건)와 비교하면 무려 300% 이상 폭증한 것이다. 낙찰률(진행 건수 대비 낙찰 건수 비율)은 17.4%로 10건 가운데 2건도 채 낙찰되지 못하는 상황이고 평균 낙찰가율(감정가격 대비 낙찰가 비율)은 50.9%로 역대 최저 수준을 보였다. 나날이 상가 경매 물건이 쌓이는 가운데 상당수 상가는 감정가 대비 반값에 낙찰되고 있다.
수익형 부동산 시장이 전반적으로 위축되면서 공실률이 높아지고 있으며 높은 금리로 인해 임대인의 대출이자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결국 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경매로 넘어가는 사례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데 이는 상가 임차인에게도 심각한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건물이 경매로 넘어갈 경우 자영업을 운영하던 임차인은 강제로 내쫓길 수 있고 보증금이나 계약 시 지급했던 권리금도 돌려받지 못할 위험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위험을 막기 위해서는 임차인 스스로가 보장받을 수 있는 권리를 정확히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이번에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에서 정하고 있는 임차인의 대항력, 우선변제권, 권리금 회수에 관한 규정을 정리해 본다.
첫째,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은 환산보증금이 일정 기준 이하인 임차인에만 적용된다. 여기서 환산보증금이란 '월세×100+보증금'으로 계산한 금액을 말하는데 현재 서울에서는 환산보증금이 9억원 이하인 임차인만 보호 대상이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임차인이 보증금 5억원, 월세 400만원에 임대차 계약을 했다면 환산보증금은 9억원((400만원×100)+5억원)이므로 상가임대차법이 적용된다. 반면 보증금이나 월세가 이를 조금이라도 초과하는 경우에는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
다만 2015년 5월부터 법 일부가 개정되면서 대항력 취득에 관해서는 환산보증금 기준을 적용하지 않는다. 즉 고액 보증금이나 월세를 지급하는 임차인도 건물이 경매에 넘어가더라도 낙찰자에게 기존 임대차 계약의 효력을 주장할 수 있게 한 것이다. 하지만 주의해야 할 점은 사업자 등록신청일이 부동산등기부등본에 설정된 근저당권, 가압류 등의 권리보다 앞서야 한다는 점이다. 만약 사업자 등록신청일이 다른 권리보다 늦다면 낙찰자에게 대항력을 주장할 수 없고 보증금 회수 여부도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다.
둘째, 환산보증금 기준을 초과한 임차인에겐 우선변제권이 없다. 우선변제권이란 확정일자를 갖춘 임차인이 경매 절차에서 다른 채권자보다 우선해 보증금을 배당받을 수 있는 권리다. 즉 건물이 경매에 넘어가더라도 우선변제권을 갖춘 임차인은 매각대금에서 자신의 보증금을 먼저 돌려받을 수 있다. 하지만 상가 임차인이 환산보증금 기준을 초과할 경우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일단 관할 세무서로부터 확정일자를 부여받을 수 없고 이에 따라 경매 절차에서 우선변제권도 행사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환산보증금을 초과하는 금액으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할 경우에는 전세권 설정 등 대체 수단을 고려해 보는 것이 안전하다.
마지막으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의 권리금 회수에 관한 규정은 환산보증금 기준을 초과한 임차인에게도 적용된다. 임차인이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자로부터 권리금을 받기로 한 계약을 임대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방해할 수 없도록 한 규정이다. 다만 경매로 상가 소유자가 변경된 경우에는 대항력을 갖춘 임차인만이 추후 안전하게 권리금 회수 기회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주현 지지옥션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