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장님, 식사는 직원들이 사비로…."
여전히 일부 공직사회에서 반복되고 있는 이 같은 ‘간부 모시는 날’ 관행이 조금씩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여전히 열 명 중 한 명은 최근까지도 이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인사혁신처와 행정안전부는 15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간부 모시는 날’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4월 실시된 이번 조사에서 최근 한 달간 간부를 위해 사비로 식사를 대접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공무원은 전체의 11.1%에 달했다. 지난해 11월 조사(18.1%)보다 7%포인트 줄었지만 여전히 완전한 근절과는 거리가 멀다.
특히 중앙정부보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이 같은 관행이 더 뿌리 깊었다. 중앙부처는 7.7%였던 반면, 지자체는 12.2%로 나타났다. 간부 식사를 모셨다는 이들 가운데 절반 가까이는 월 12회(40.6%), 45.7%는 주 12회 빈도로 경험했다고 답했다.
“간부 인식이 문제”…지자체가 더 심각
간부 직급으로는 부서장(과장급)이 75.9%로 가장 많았고, 국장급(39.6%)이 뒤를 이었다. 관행이 계속되는 이유로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조직 분위기’(35.8%)와 ‘인사권자인 간부에 대한 부담’(22.5%)이 꼽혔다.
응답자의 32.8%는 “‘간부 모시는 날’이 이전보다 줄어들고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중앙부처보다 지자체에서 변화 인식이 더 뚜렷했다. 한편, 전체 응답자의 48.1%는 원래 이런 관행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답해 부처·기관 간 문화 차이도 드러났다.
공직사회 내부에선 이 같은 관행의 근절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으로 ‘간부 공무원의 인식 개선’(42.9%)을 꼽았다. 이어 ‘단체장의 의지’(18.5%), ‘혼밥·더치페이 문화 확산’(18.0%) 등의 필요성도 언급됐다.
충남 청양·전북 등 지자체 주도 개선도
정부는 지난해 11월 첫 실태조사 결과 발표 이후 현장 간담회와 범정부 캠페인 등을 통해 개선 노력을 이어왔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5월부터 ‘공직사회 갑질·관행 신고 집중기간’으로 지정하고, 위반행위 제보를 받고 있다.
일부 지자체도 적극 나섰다. 충남 청양군은 ‘간부 모시는 날 제로화’를 목표로 한 ‘행정 PRO(PERFECT·REDUCE·OPEN) 운동’을 전개 중이다. 전북도는 자체 실태조사와 간부회의에서의 공개 논의를 병행하고 있다.
정부는 향후에도 전자인사시스템(e-사람)에 익명 신고센터를 운영하는 등 후속 조치를 강화할 계획이다. 박용수 인사처 차장은 “불합리한 관행을 완전히 없애기 위한 기반을 만들 것”이라며, “직원들이 눈치 보지 않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강조했다. 김민재 행안부 차관도 “간부들이 솔선수범해야 ‘일할 맛 나는’ 공직환경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