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감사원 사무총장이었던 유병호 감사위원이 20일 구속됐다. 대통령실 관계자와 21그램 직원에 대한 감사원의 대면 조사를 막는 등 감사 결과를 축소, 은폐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가 왜 이렇게까지 했을까. 특검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유 위원은 2022년 5월경 윤 전 대통령을 ‘두목’이라고 부르면서 “임무 수행을 위해 자리에 연결된 권한 필요” “두목에게 팩트 전달”이라는 휴대전화 메모를 남겼다. 특검은 유 위원이 관저 이전을 “경부고속도로 이후 최고의 결단”이라고 주장한 메모도 확보했다. 감사원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무색하게 만드는 ‘충성 맹세’로 들린다.
▷이런 유 위원에게 대통령실이 관저 이전 감사를 무마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이 특검의 판단이다. 사실이라면 ‘피감사자’였던 대통령실이 직접 나서 감사의 칼날이 윤 전 대통령 부부로 향하는 걸 막으려 개입한 셈이 된다. 감사원은 21그램이 관저 공사를 따내는 과정에 김 여사가 관여했는지 알 수 없다고 했지만, 관저 증축 공사를 총괄한 김오진 전 대통령관리비서관은 21그램이 김 여사가 고른 업체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특검에 진술했다.
▷대통령실과 행정안전부 등도 21그램에 특혜를 주기 위해 총동원됐다. 대통령실은 21그램이 설계 도면도 없이 제출한 공사 비용을 지급하겠다며 관저 공사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행안부의 예비비 20억여 원을 슬그머니 끌어다 썼다. 행안부 직원들이 이에 항의하며 차라리 인사 조치를 해 달라고 했는데도 묵살했다. 김대기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이렇게 불법으로 관저 이전 예산을 전용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5월 구속됐다.▷21그램은 정부가 인테리어 공사 예산으로 책정했던 14억여 원의 3배에 달하는 41억여 원을 견적서에 써냈다. 대통령실은 이를 제대로 검증하지도 않고 21그램이 달라고 한 돈을 주려 했다. 대통령실의 2인자인 비서실장이 여기에 직접 관여했다. 여러 정황이 김 여사가 임기 초부터 국정 여기저기에 끼어들고 있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실제로 김 여사는 공직과 이권을 대가로 거리낌 없이 고가의 금품을 수수했다. 권력의 부패를 감시해야 할 사정기관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할 때 정권이 어떻게 망가질 수 있는지 이 사건이 잘 보여준다.
윤완준 논설위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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