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공개한 ‘2024년 이상기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평균기온은 14.5도로 기상관측망이 전국에 확충돼 각종 기상기록 기준점이 되는 1973년 이후 가장 높았다. 이상고온 현상이 발생한 날은 103.6일로, 10일 중 3일가량이 이상고온이었다. 올해는 ‘역대급 더위’였다는 지난해보다 더 뜨거운 여름을 보낼 가능성이 높다. 기상청은 올해 여름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확률이 60%에 달한다고 예측했고, 일부 기후 전문가는 여름 수준의 더위가 4월에서 11월까지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이상기후는 다양한 피해를 남겼다. 지난해 7∼9월 폭염으로 3447.1ha(헥타르)의 농작물이 피해를 봤고, 2023년보다 88만1000마리 늘어난 168만9000마리의 가축이 폐사했다. 뜨거워진 바다 수온 때문에 양식 생물이 대량 폐사해 1430억 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기후변화로 농수산물 생산이 감소해 물가가 오르는 ‘기후플레이션’(기후와 인플레이션의 합성어)은 몇 년 전부터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 요인 중 하나로 떠올랐다. 한국은행은 1년간 월별 평균기온이 장기(1973∼2023년) 평균 대비 1도 상승하면 1년 뒤 농산물 가격은 2% 상승할 것으로 추산했다.실제로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상기후는 먹거리 물가를 무섭게 끌어올리고 있다. 세계 최대 커피 생산국인 브라질이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며 아라비카 원두 가격은 47년 만에 최고 수준까지 올랐고, 아프리카의 엘니뇨 현상으로 코코아 선물 가격은 t당 2000달러에서 1만 달러까지 치솟았다.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올 들어 국내 식품회사들은 줄줄이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올해는 트럼프 리스크로 기후플레이션이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첫날인 1월 20일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추진하는 화석연료 생산 확대는 지구온난화를 부추겨 이상기후를 잦게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발 관세 전쟁 여파로 인한 물가 상승까지 더해지면 올해는 지난해 ‘금(金)사과’, ‘금배추’를 넘어서는 총체적 물가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이상기후가 일상화된 지금은 가격이 뛴 제품 일부만 관리해서는 기후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기후변화를 이겨낼 기존 작물의 품종 개량이나 작물 대체, 수입국 다변화, 스마트팜 개발 등 장기적 안목을 갖고 여러 대안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지난해 지구는 산업화 이전(1850∼1900년)보다 평균 1.6도 가까이 높아져 기후 관측 역사상 가장 더운 해였다. 지구는 빠르게 뜨거워지는데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신수정 산업2부 차장 crystal@donga.com
- 좋아요 0개
- 슬퍼요 0개
- 화나요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