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내건 참여 조건을 보면 이해가 된다. 교육부는 2030학년도까지 대학별로 입학 정원의 3% 이상을 감축하고, 특성화 분야 중심의 학과 구조로 개편하는 게 필수 조건이라고 밝혔다. 선정 배점 역시 정원 감축과 학과 구조 개편이 20점으로 가장 높다. 정원 감축 시한인 2030학년도에 인원 조정이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조기에 규모를 줄이는 대학에 가산점도 준다.
정원 감축은 선제적이냐, 미충원분이냐에 따라 비율을 다르게 인정한다. 예를 들어 입학 정원 1000명인 대학이 정원의 3%를 줄이려면 30명을 감축하면 된다. 하지만 이 대학이 지난해 신입생 15명을 채우지 못했다면 미충원 인원 15명은 정원 감축에서 1명당 0.2명씩만 인정된다. 15명까지 3명만 줄인 것으로 인정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이 대학이 입학 정원의 3% 감축 조건을 충족시키려면 15명에 27명을 더한 42명을 줄여야 한다.
교육부는 학령인구 감소와 수도권 집중에 대응하기 위해 지방대가 체질 개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지방 사립대 사이에서는 이번 사업이 ‘한계대학 심폐소생술’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계속된 정원 미달로 규모를 줄일 수밖에 없는 한계대학과 지속적인 노력으로 경쟁력을 유지해 온 대학은 사정이 다른데 일괄적으로 정원 감축 조건을 내걸었다는 것이다.더군다나 지방거점국립대는 ‘성장엔진 연계 지역인재 양성 방안’을 통해 3곳을 선정해 연간 1000억 원씩을 지원한다고 하면서, 지방 사립대를 대상으로는 선제적으로 정원을 줄이라는 조치여서 비판이 높다.
한 지방대 교수는 “입학 정원 축소로 등록금 수입을 손해 보면서까지 이번 사업에 참가 신청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교육부가 부실 대학들은 ‘연명치료’를 하고 발전 가능성이 있는 대학은 오히려 죽이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지방대 교수도 “교육부가 의견 수렴을 하겠다고 하지만 다른 재정 지원 사업이라도 노려야 해서 눈치 보는 대학이 대부분”이라고 꼬집었다.
학령인구 급감으로 정원 감축 등 대규모 구조조정이 필요한 대학이 적지 않고, 이 대학들은 백화점식으로 학과 운영을 지속할 명분도 없다. 그러나 지방대의 위기는 교육부가 ‘서울대 10개 만들기’ 방안에서 강조하듯 지방 일자리 부족의 영향이 적지 않다. 따라서 지방대의 일률적인 정원 감축만으로는 학생의 수도권 쏠림을 막기 어렵다. 지방대가 지역산업과 연계해 맞춤형 학과를 특성화하고, 지방대 졸업생이 해당 지역에 취업해 정착하는지를 우선적으로 따져야 한다. 그래야 서울대 10개 만들기 방안과도 맞물려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교육부는 이달 말 확정하는 지방대학 육성사업 기본계획을 수정해야 한다.최예나 정책사회부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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