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출신 건축가 안도 다다오와 영국 출신 조각가 안토니 곰리가 텅 빈 동굴에 7명의 ‘철인’을 가져다 놓았다. 두 사람이 공동 설계한 전시 공간 ‘GROUND(그라운드)’ 이야기다. 강원 원주시 뮤지엄 SAN(뮤지엄산)에서 개관하는 ‘그라운드’는 곰리의 작품을 소개하는 상설 전시관. 20일 개관하는 이곳을 하루 전 먼저 둘러봤다.
● 바위 대신 철인 놓은 ‘명상 정원’
이렇게 광활한 공간 속에 곰리는 인물 철조각 연작 ‘Ground’ 7점을 놓았다. 뿔뿔이 흩어져 혼자만의 세계에 갇힌 듯 우뚝 서 있거나, 앉거나, 누워있는 작품들. 곰리는 공간에 무게를 더하는 ‘닻’이라고 설명했다.
“(철 벽돌을 쌓은 무거운 조각을 놓은 이유는) 거대한 덩어리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이 덩어리가 닻 혹은 에너지를 불어넣는 배터리로 작동하길 바랐어요. 일본 교토 료안지(龍安寺)의 바위 정원에 있는 15개 돌처럼 생각이 머무는 기둥이 되는 거죠.”
● 또 하나의 우주, 몸
그는 이날 간담회에서도 “우리의 몸은 돌보아야 하는 애완동물이 아니라 독자적인 기관이자 미지의 우주”라며 “인류가 스크린에 지배돼 잃고 있는 동물적 감각을 되찾아야 하고, 인간성을 되찾는 마지막 보루가 예술이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그런 곰리의 또 다른 조각 연작 ‘경계의 영역’과 드로잉 및 판화 연작 ‘몸과 영혼’, 대형 공간 설치 작품 ‘오르빗 필드 II’도 뮤지엄산에 전시된다. 이 작품들은 청조갤러리 전관(1·2·3관)에서 펼쳐진다. 조각 7점, 드로잉 및 판화 40점, 설치작품 1점으로 구성된 곰리 개인전이다. 특히 ‘오르빗 필드 II’는 허공에 대고 드로잉을 한 듯 전시장 전체에 스틸 원형 구조물을 가득 채워 눈길을 끈다. 관객은 철로 만든 드로잉 사이를 지나다니며 작품의 일부가 된다. 이 전시는 11월 30일까지 열린다.
원주=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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