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환학생 갔다가 현지서 입사… 전문대생 ‘해외취업 창구’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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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 TVET 학생교류 사업 성과
5년간 시범운영하며 209명 참여
메카트로닉스-간호 등 11개 분야
산업체 연계 교육으로 현장 체험
참여 학생 상당수 韓-아세안 취업

계명문화대 학생과 태국 학생들이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계명문화대 학생들은 ‘아세안 TVET(기술직업교육훈련) 학생교류 사업’을 통해 동남아 현지 대학에서 한 학기 동안 전공 교육과 실습을 받았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제공

계명문화대 학생과 태국 학생들이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계명문화대 학생들은 ‘아세안 TVET(기술직업교육훈련) 학생교류 사업’을 통해 동남아 현지 대학에서 한 학기 동안 전공 교육과 실습을 받았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제공
계명문화대 해외서비스경영과를 졸업한 석지윤 씨는 지난해 9월 다국적기업 TDCX의 말레이시아지사에 입사했다. 구글 광고로 제품과 서비스를 마케팅 하려는 광고주와 소통하고 마케팅 전략을 제시하는 마케팅 컨설턴트다.

석 씨가 TDCX에 입사한 계기는 2024년 9월 ‘아세안 TVET(Technical Vocational Education Training·기술직업교육훈련) 학생교류 사업’을 통해 말레이시아 세기대에 교환학생을 다녀왔던 경험이 크게 작용했다.

아세안 TVET 학생 교류 사업은 한국과 아세안 회원국의 직업교육 협력을 확대하고 글로벌 감각을 갖춘 전문기술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취지로 추진되고 있다. 교육부가 국내 전문대 협의체인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에 위탁해 2024년부터 5년간 시범 운영 중이며, 현재까지 한국과 아세안 회원국 학생 209명이 참여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 상당수는 석 씨처럼 한국과 아세안 국가에 취업했다.

● 해외 대학서 수업 듣고 실무 경험도 쌓아

최근 청년 취업난이 심해지고 글로벌 역량을 요구하는 산업 현장이 늘면서 직업교육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한국과 아세안은 전문대 학생들의 직업교육 프로그램을 활성화하기 위해 꾸준히 교류해 오고 있다. 실제 APT(아세안+한중일) 교육분야 행동계획(2018∼2025년), 한-아세안 행동계획(2021∼2025년) 등을 통해 학생들의 직업교육 훈련 기회를 늘렸다. 이후 한국과 아세안은 2024년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수립하고 협력 관계를 강화했다.

교육부는 같은 해 ‘아세안 TVET 학생교류 사업’ 예산을 편성하고 4개 사업단을 선정했다. 경인여대와 계명문화대, 구미대, 한국영상대 등 4개 대학이 참여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등의 9개 대학과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아세안 TVET 학생교류 사업은 메카트로닉스·전자·제조, 관광·서비스, 멀티미디어·크리에이티브 산업, 간호·공중 보건 등 11개 직업교육 분야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학생들은 해외 대학에서 수업을 듣는 데 그치지 않고 산업체 연계 교육, 현장실습, 기업 체험 등을 통해 현지 산업과 문화를 경험하며 글로벌 직무 역량과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운다.

2024년 경인여대 등 4개 대학 학생 43명이 말레이시아 대학 등에 교환학생으로 파견 간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에는 59명이 이 과정에 참여했다. 아세안 회원국 학생도 2024년 39명, 지난해에는 68명이 국내 대학에 들어왔다. 올해 사업 규모는 국내 학생 80명과 아세안 학생 160명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한국 학생들이 찾을 아세안 대학도 12곳으로 늘어난다.● 동남아 현지 경험이 취업 성과로 이어져

지난해 9∼12월 태국 시암경영기술대에 파견된 계명문화대 학생들이 현지 호텔에서 직원들과 함께 실습하고 있다. 학생들은 호텔이 운영되는 과정을 직접 체험하고 팀워크와 전문성 등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제공

지난해 9∼12월 태국 시암경영기술대에 파견된 계명문화대 학생들이 현지 호텔에서 직원들과 함께 실습하고 있다. 학생들은 호텔이 운영되는 과정을 직접 체험하고 팀워크와 전문성 등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제공
학생들의 해외 교류 경험은 취업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석 씨도 아세안 TVET 학생교류 사업을 통해 말레이시아 세기대에서 배운 경험이 취업 준비에 큰 도움이 됐다.

그는 “기업은 해외 채용 때 현지 적응력을 중요하게 고려하는데, 이미 말레이시아 거주 경험이 있어 면접 전형에서 실무 역량에 대한 질문만 받았다”며 “교환학생 시절 현지 학생과 함께 팀 프로젝트를 하며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열린 마음으로 대화하는 방법을 체득한 것도 유용했다”고 말했다.

석 씨는 TDCX 면접에서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수업을 들으며 캠퍼스에서 직접 상품을 판매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했을 때를 설명했다. 유학생이 현지 학생과 함께 아이템을 선정하고 제품 단가를 책정하고 홍보물을 제작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그는 “외향적인 성격이 아니어서 외국어로 호객 행위를 하는 건 엄청난 도전이었지만 외국인 학생들의 창의적인 행동을 보며 시야를 넓혔다”고 했다.

쿠알라룸푸르에 사무실을 둔 다국적 기업을 방문해 직접 관련 업무에 대해 들을 수도 있었다. 석 씨는 “한국에 있을 때는 막연히 해외 취업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며 “한국인이 현지인과 어떻게 일하고 소통하는지 경험하며 나도 충분히 잘 해낼 수 있겠다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들과 계속 소통해야 했기 때문에 한 학기 동안 영어 구사 능력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었고 영어 면접도 쉽게 준비할 수 있었다.

● “채용 과정서 현지 이해도-적응력 높게 평가”

경인여대 항공서비스학과를 졸업한 김유경 씨도 2024년 2학기 말레이시아 UCSI대에 교환학생으로 다녀온 뒤 최근 싱가포르 세종한국어학원에 한국어 강사로 취업했다. UCSI대에 다니며 다양한 국적과 문화를 가진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었고, 자연스럽게 동남아 국가에서 취업하는 것을 희망하게 됐다. 김 씨는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는 과거 하나의 국가를 형성했을 정도로 문화적으로 비슷한 부분이 많다”며 “대학 전공과 전혀 다른 분야에 지원했지만 채용전형 당시 동남아 국가에 대한 이해도와 적응력을 높게 평가받았다”고 말했다.

교환학생을 계기로 취업에 성공한 사례는 많다. 지난해 1학기 인도네시아 PNJ대에 교환학생으로 다녀온 구미대 특수건설기계과 학생 3명은 같은 해 2학기 볼보그룹코리아와 건설기계 회사 혜인에 입사했다. 계명문화대 호텔관광서비스과 학생도 태국 SBAC대에서 교육을 받은 뒤 올해 1월 제주신라호텔에 들어갔다.

교육부는 2029년 2월 아세안 TVET 학생교류 사업이 완료되면 운영 성과를 판단해 사업 확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난영 교육부 국제교육기획관은 “아세안 TVET 학생교류 사업은 학생들이 글로벌 직업 교육 현장에서 역량을 검증받고 국내 전문대학 교육의 우수성을 알리는 기회”라며 “아세안과의 협력을 강화해 청년들의 해외 진출 기회를 늘리겠다”고 밝혔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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