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현대차 대리점을 오픈한 A씨는 카마스터인 김씨 등 9명과 자동차 판매용역계약을 체결하고 차량을 판매했다. '카마스터'는 자동차 대리점주와 차량 판매 용역계약을 체결하고 차량판매, 수금 등 업무를 하는 자동차 판매원(딜러)을 말한다. 김씨 등은 전국 카마스터를 대상으로 하는 '전국자동차판매노동자연대노조'에 가입했다. 그러자 A씨는 이들과 계약을 해지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카마스터들에게 노조 탈퇴를 종용하기도 했다. 김씨 등은 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하였다.
근로자가 노동조합에 가입 또는 가입하려고 하였거나 노동조합을 조직하려고 하였거나 기타 노동조합의 업무를 위한 정당한 행위를 한 것을 이유로 그 근로자를 해고하거나 그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위는 부당노동행위이다(노동조합법 제81조 제1항 제1호).
A씨는 2017년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사용자는 이 사건 판정서를 송달받은 날부터 즉시 이 사건 근로자들에 대한 이 사건 각 노무제공계약 해지를 취소하고 원직에 복직시켜라’는 취지의 각 구제명령을 받았다. 패소판정에 불복하여 행정소송을 제기하였으나 대법원까지 모두 패소하였다. 그런데 A씨는 2019년 구제명령이 확정되었음에도 김씨 등을 원직에 복직시키지 않았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김씨 등은 A씨를 형사고소하였고, 검사는 A씨에게 혐의가 있다고 보아 기소를 하였다. 노동조합법은 “재심판정이 확정된 때에는 관계 당사자는 이에 따라야 한다”고 정하고 있고(법 제85조 제4항), 행정소송을 제기하여 확정된 구제명령을 위반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건을 맡은 전주지방법원은 A씨를 유죄로 판결하였다.
김씨 등과 계약기간을 2년으로 한 노무제공계약을 체결하였는데, 구제명령 확정 전에 그 2년이 지났고, 재계약을 체결하지도 않았기에 더 이상 구제명령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 A씨는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이에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받아보기로 하였다.
대법원은 지난 달 이 사건에 대해 다음과 같이 판단기준을 제시하였다(대법원 2026. 4. 30. 선고 2023도8049 판결). 노동조합법상 ‘구제명령 위반죄’는 구제명령을 이행하는 것이 가능함을 전제로 사용자가 확정된 구제명령을 위반한 때에 성립한다. 사용자가 계약기간 중에 한 해고 또는 노무제공계약의 해지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노동위원회가 원직 복직을 명하는 구제명령을 한 경우, 그에 대한 불복절차가 진행되던 중 계약기간이 만료되었다면, 근로계약관계 또는 노무제공계약관계는 종료됨이 원칙이고 근로자의 원직 복직 또는 사용자의 구제명령 이행은 불가능하게 된다. 이처럼 원직 복직 또는 구제 명령 이행이 불가능한 경우 구제명령 위반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이와 같은 법리에 따라 대법원은 김씨 등의 카마스터 용역계약기간은 구제명령의 확정 전에 모두 만료되었으므로, 무죄가 맞고 항소심 판결은 파기되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그렇다면 구제절차 진행 중에 계약기간이 끝나기만 하면 모든 경우에 구제명령 위반죄는 무죄가 되는가? 대법원은 그렇지는 않다고 한다. 즉 구제명령의 내용이 기간 만료 후에도 원직 복직을 명하는 내용임이 명확하다면 사용자를 처벌할 수 있다. 그런데 김씨 등은 부당노동행위 구제절차에서 기간 만료 후에도 용역계약관계가 계속되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지 않았고, 중앙노동위원회 재심판정과 지방노동위원회 초심판정의 주문과 이유를 보더라도 기간 만료 후 노무제공계약관계의 계속 여부에 관하여 심리·판단하였다고 볼 만한 기재 내용이 없다. 그렇다면 구제명령은 노무제공계약의 계약기간 만료 후에도 원직 복직을 명하는 내용인지가 상대방인 A씨가 인식할 수 있을 정도로 명확하다고 볼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형사사건에서는 피고인의 ‘고의’가 필수 요건이므로, 이 점에서도 A씨는 무죄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최종적인 결론이다.
이때 형사재판을 하는 법원이 정의감의 발로에서 스스로 나서서 만약 근로자가 재계약이나 계약갱신을 주장할 권리가 있었는지 심리하고 그 권리가 인정된다고 판단하여 구제명령 위반죄를 유죄로 단죄할 수 있을까? 대법원은 이에 대하여도 명확하게 기준을 정립하였다. 구제명령 위반죄를 심리하는 법원은 구제명령의 내용을 판정의 주문과 이유의 기재 내용 자체에 기초하여 해석하여야 하고, 노동위원회가 기간 만료 후에도 계약관계가 계속되는지 심리·판단하였다고 볼 수 없음에도, 법원이 이를 직권으로 판단하여 구제 명령 위반죄의 성립을 인정하여서는 안 된다고 본 것이다.
이 쟁점에 대한 최초의 리딩 케이스이고 대법원은 명쾌한 법리를 선언하였다. 근로자가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할 당시 이미 정년에 이르거나 근로계약기간 만료, 폐업 등의 사유로 근로계약관계가 종료하여 근로자의 지위에서 벗어난 경우에는 노동위원회의 구제명령을 받을 이익이 소멸하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기존의 대법원 법리(2020두54852 판결)의 형사 버전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1심과 항소심의 유죄 판단이 있음에도 억울하거나 승복하기 어려운 당사자는 쉽게 포기하지 말고 대리점주 A씨의 선례를 교훈으로 삼아 대법원까지 끝까지 가보아야 한다.
이명철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3 week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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