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충돌 훈 센과 통화… 자국軍 험담한 태국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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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촌”이라 부르는 통화 내용 유출
연정 2당 탈퇴… 野도 “사퇴하라”

패통탄 총리(왼쪽), 훈 센 상원의장.

패통탄 총리(왼쪽), 훈 센 상원의장.
캄보디아와 태국이 국경 지역에서 충돌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패통탄 친나왓 태국 총리가 훈 센 캄보디아 상원의장(전 총리)과의 통화에서 자국군을 험담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커지고 있다. 연립정부 내 제2당이 연정 탈퇴를 결정했고, 야당은 의회 해산을 요구하고 나섰다.

18일 방콕포스트 등에 따르면 15일 패통탄 총리가 훈 센 의장과 전화 통화한 내용 중 일부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퍼졌다. 두 사람 모두 통화 사실을 인정했다. 훈 센 의장은 “17분 6초간의 통화를 80여 명의 정치인과 공유했는데, 그중 누군가가 통화 일부를 유출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당시 패통탄 총리는 훈 센 의장을 ‘삼촌’이라고 지칭한 데다 캄보디아 국경 지역 부대를 지휘하는 분씬 팟깡 태국군 제2사령관을 부정적으로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콕포스트에 따르면 패통탄 총리는 통화에서 “제2사령관은 단지 멋있어 보이고 싶어할 뿐이다”라며 “제2사령관 같은 우리 반대 세력의 말을 듣고 화를 내지 않았으면 한다. 그건 우리의 의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태국 북동부를 관할하는 분씬 사령관은 “캄보디아와 싸울 준비가 됐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하며 강경 대응을 주장해 왔고, 훈 센 의장은 이에 격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인 프레아 비헤아르 사원 영유권 문제로 다퉈 온 캄보디아와 태국은 최근 국경 지역에서 무력 충돌을 빚었다. 이에 따라 양국 관계가 최악의 상황이란 평가도 나왔다. 다만 캄보디아 최고 실권자로 꼽히는 훈 센 의장과 패통탄 총리의 아버지이자 태국 최고 실세인 탁신 친나왓 전 총리는 절친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패통탄 총리는 전화 통화에 대해 “협상 기술일 뿐이다”라고 주장했다. 또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더 이상 훈 센 의장과 개인적 통화를 나누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정치적 후폭풍은 거세다. 연정 내 제2당인 품짜이타이당이 전날 밤 연정 탈퇴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패통탄 총리가 소속된 프아타이당 등이 주도하고 있는 연정은 품짜이타이당의 탈퇴로 겨우 과반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다른 연정 소속 정당이 추가로 탈퇴하면 연정은 붕괴될 가능성이 높다. 야권에서는 의회 회산 및 패통탄 총리 사퇴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이에 따라 당분간 태국의 정국 불안은 계속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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