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 “사업 요건 미비”…추진위 “지침은 참고사항”
계약자 중도금 납부에도 답보…사업 장기화 우려
국내 최대 규모로 추진되는 전남 고흥 독일마을 조성사업이 인허가 절차를 넘지 못한 채 1년 가까이 멈춰 서 있다. 전남도는 사업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신청을 반려한 반면, 추진위원회는 법적 근거가 없는 과도한 기준이라며 맞서면서 사업이 장기 표류하고 있다.
29일 고흥군 등에 따르면 사회적기업 민들레코하우징은 고흥군 금산면 거금도 일원 6만3318㎡ 부지에 100세대 규모의 ‘금산 석정지구 주택단지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경남 남해 독일마을(44세대)의 두 배를 웃도는 국내 최대 규모다.
이 사업은 2023년 전남도의 ‘새꿈도시 조성사업’ 대상지로 선정되며 본격화됐다. 고흥군은 지난해 독일 베를린과 쾰른, 함부르크, 프랑크푸르트 등 4개 도시에서 사업 설명회를 열어 재독 교포 유치에 나섰고, 현재까지 독일 교포를 포함한 37명이 입주 계약을 체결했다. 전남도와 고흥군도 진입도로와 상·하수도, 주차장 등 기반시설 조성을 위해 최대 40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그러나 사업은 지난해 7월 시행사가 전남도에 마을정비구역 지정 신청을 접수한 이후 답보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당초 올해 말 준공을 목표로 했지만 인허가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으면서 사업 일정에도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사업이 멈춰 선 배경에는 인허가 기준을 둘러싼 해석 차이가 있다. 고흥독일마을추진위원회는 전남도가 근거로 제시한 관련 지침은 이미 폐지됐거나 강행규정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추진위는 현재 전체 사업부지의 94%를 확보했고 환경영향평가도 완료한 만큼 사업 추진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농림축산식품부도 해당 지침은 의무적으로 적용해야 하는 기준이 아니라 참고자료라는 취지의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추진위는 전남도의 인허가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사업 지연이 장기화되면서 계약자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일부 입주 예정자들은 지자체의 지원과 사업 계획을 믿고 최대 9000만원의 중도금을 납부한 상태다. 한 계약자는 “1년 가까이 사업이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계약자들만 불안감을 떠안고 있다”며 “행정기관과 시행사가 책임 공방을 벌일 것이 아니라 하루빨리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전남도는 사업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인허가 요건을 충족하면 다시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도는 현재 제출된 사업계획이 관련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보고 있다. 사업계획상 입주자 확보 규모가 전체 계획 세대의 약 30% 수준에 머물고 있고, 사업부지 확보와 사업 추진 주체 등도 기준에 미달해 마을정비구역 지정 신청을 반려했다는 설명이다. 확보 가능한 규모에 맞춰 사업을 축소하거나 관련 요건을 보완해 다시 신청하는 방안도 추진위원회에 제안했다고 밝혔다.
전남도 관계자는 “법령에는 입주자 모집 비율이나 사업부지 확보 기준 등 세부 사항이 모두 규정돼 있지 않아 업무지침을 기준으로 검토할 수밖에 없다”며 “사업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기준에 미달하는 부분이 확인돼 여러 차례 보완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 규모를 현실에 맞게 조정하는 방안도 제안했지만 추진위원회는 100세대 규모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관련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상태에서 특정 사업만 예외를 인정하면 다른 시·군 사업과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사업을 무산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요건을 갖춰 다시 신청하면 절차에 따라 신속하게 검토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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