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서울 역삼동 GS아트센터 무대엔 영국 로열발레단 상주 안무가 웨인 맥그리거의 ‘인프라(INFRA)’와 글렌 테틀리 탄생 100주년을 기념한 ‘봄의 제전’이 나란히 올랐다. 두 개 작품을 엮어 한 공연에서 연속 상연하는 ‘더블빌’ 형식이었다.
국립발레단의 이번 공연은 두 무대가 선명한 대비를 이뤘다. ‘인프라’가 도시의 표면 아래를 흐르는 사람들의 심연을 차가운 분위기에서 포착했다면, ‘봄의 제전’은 원초적인 에너지를 원시 부족 제의의 형식을 빌려 열광적으로 밀어붙였다.
2008년 영국 런던 초연작인 '인프라'가 국내 무대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제목은 ‘아래’를 뜻하는 라틴어에서 가져왔다. 작품은 제목의 의미처럼 도시의 표면 아래 보이지 않는 개인의 감정을 들여다보는 내용이다.
무대 위쪽을 가로지르는 LED 전광판이 이를 직관적으로 드러냈다. LED 전광판 속 사람들은 끝없이 걸었다. 이들의 목적지는 보이지 않고 표정은 지워졌다. 내면의 흔들리는 감정을 드러낸 것은 LED 아래 무용수들이다. 누군가에게 이끌리듯 꺾이는 몸, 잠시 생기를 되찾는 듯한 움직임, 다시 중심을 잃고 심연으로 가라앉는 듯한 흐느적거림이 이어졌다.
바닥 모를 절망도 형상화됐다. 귓속말로 시작된 사건이 한 인물을 추락시키고, 수많은 사람이 곁을 지나가지만 아무도 그 내면의 붕괴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마지막 장면에서 LED는 꺼졌고 무대는 한층 밝은 기운을 되찾는 듯 보였다. 그러나 실제 내면이 회복됐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이어지는 ‘봄의 제전’에서 작품의 시간적 배경은 원시시대로 역행했다. 무대엔 원초적 감정이 가득했다. 입체감 있는 나무 그림으로 장식된 무대, 나체를 연상케 하는 의상을 입은 남성 무용수들이 관객을 맞았다. 무대를 채운 것은 숲을 이루는 나무와 환형동물을 연상케 하는 안무. 봄맞이 제사를 올리는 슬라브족의 민속 의식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다.
‘봄의 제전’은 니진스키 안무로 1913년 파리에서 초연된 이후 레오니드 마신, 모리스 베자르 등 수많은 안무가에게 재해석돼 왔다. 거장 테틀리는 현대적 감성으로 이 작품을 다시 풀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립발레단은 그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세계 8개국 대표 발레단과 함께 기념 공연을 진행하고 있는 ‘글렌 테틀리 레거시’의 파트너로 참여해 이 작품을 선보였다.
국립발레단은 이 작품이 요구하는 에너지 밀도를 정면으로 받아냈다. 거친 숨소리가 객석까지 번질 만큼 무용수들의 신체는 한계 가까이 밀려갔다. 마지막 무용수의 도약은 집단적 에너지를 응축해 한계를 돌파하는 장면으로 다가왔다.
공연이 끝난 뒤 객석에선 난도 높은 안무를 소화해 낸 기량에 대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작품의 원시적 에너지가 현재성을 잃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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