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10명 중 8명은 고강도 업무이지만 의료소송 위험이 높고 수가 등 보상은 낮아 기피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필수의료를 국가 차원에서 지원·관리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또 국민 10명 중 6명 가량은 현재 고2가 치르는 2027학년도 대입부터 의대 정원을 의료인력수급추계위원회(의료인력 추계위) 결정에 따르는 것에 찬성했다.
서울대 건강문화사업단은 지난 5월 2일부터 12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으로 진행한 ‘국민 건강 관련 인식 조사’ 결과를 16일 밝혔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7.9%는 내년도 의대 정원 동결(57.9%)에 찬성했고, 응답자의 68.6%는 2027년부터 의료인력 추계위의 추계를 바탕으로 사회적 합의를 거쳐 의대 정원을 결정하자는 데 찬성했다.
응답자 10명 중 9명은 ‘의료개혁 갈등이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94.3%)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개혁에 성공하려면 정책을 결정할 때 ‘의대 정원에 대한 사회적 합의’(37.3%)와 ‘다양한 이해관계자 참여 보장’(36.0%)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업단은 “의정 갈등이 2년째로 접어들면서 시민들의 인식도 ‘숫자’보다는 ‘합리적 절차와 사회적 합의’가 우선돼야 하며 시민의 공감과 참여 없는 개혁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확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또 응답자의 85.9%는 필수적인 인력, 시설과 주요 장비들에 대해 중앙 정부가 직접 지원하고 관리하는 방안에 대해 ‘동의한다’고 답했다.
필수의료 분야 전공의들의 인건비, 교육비, 교육 인프라 등 수련 비용 전액을 병원에 지원 도입하는 것에 대한 인식 조사 결과 ‘동의한다’는 응답은 76.5%였다.
또 조사 결과 의료 소비자의 과잉 진료에 대한 문제 인식은 높지만 건강보험료 인상, 병원 예약 위약금 지불 등에 대한 거부감은 여전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97.8%는 ‘과도·부적절 의료 서비스 이용 발생 정도’에 대한 물음에 ‘발생한다’고 응답했다. 응답자의 85.4%는 과도·부적절 의료 서비스 이용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사회적·경제적 영향에 대해서는 ‘심각하다’고 답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7월 1일부터 연간 외래진료 횟수가 365회를 초과할 경우, 초과분에 대해 본인부담률을 90%로 높이는 개정 시행령을 시행했다. 과잉 진료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 악화를 방지한다는 취지다. 18세 미만, 임산부, 장애인 등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과잉 진료의 문제점은 인식하고 있지만 의료진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진을 신뢰해야 한다’(92.3%), ‘의사와 상의하며 진료 결정해야 한다’(89.6%)는 응답률은 높았지만, 건강보험료 인상(39.1%)이나 병원 예약 위약금(74.7%) 같은 직접적 부담엔 거부감이 컸다.
윤영호 서울대 건강문화사업단장(서울대 의대 가정의학과 교수)은 “이번 조사에선 정책이란 기본적으로 국민 신뢰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의료 개혁도 국민·의사·정부가 함께 해법을 도출하는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먼저 신뢰를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