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업은 신뢰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신뢰가 무너지는 순간 많은 이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해법이 '제명'이다. "저 사람만 내보내면 사업이 정상화될 것"이라는 기대다.
하지만 민법상 조합에서 조합원을 제명하는 일은 생각보다 까다롭고, 잘못 휘두르면 효력이 인정되지 않으며 오히려 제명을 시도한 쪽이 책임을 떠안는다.
민법 제718조는 조합원 제명을 '정당한 사유가 있는 때에 한하여 다른 조합원의 일치로써' 결정하도록 한다. 중요한 두 가지 요건이 모두 필요하다. 먼저 '정당한 사유'다. 대법원 2017다200702 판결은 출자의무 불이행이나 조합 업무 중의 부정행위 같은 명백한 귀책뿐 아니라, 반목과 불화로 신뢰관계가 근본적으로 깨져 더 이상 공동운영을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까지 정당한 사유에 포함된다고 본다. 다만 법원은 방해의 정도, 제명 외 다른 해결수단이 있었는지, 계약의 내용과 분쟁에 이르게 된 경위까지 두루 따진다. 제명은 어디까지나 '최후의 수단'이어야 한다는 것이 일관된 태도다.

여기서 실무상 함정이 있다. 분쟁의 책임이 상대방에게만 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사안이라면, 신뢰관계 파탄을 이유로 한 제명은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이런 경우는 오히려 민법 제720조의 '해산청구'로 풀어야 할 문제다.
또 조합원이 단 두 명뿐이라면 '다른 조합원의 일치'라는 절차적 요건 자체가 성립하지 않아, 일방이 타방을 제명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부산고등법원 2018나58625 판결). 두 명이 다투다 한쪽을 내보내겠다는 발상은 법리상 출발점부터 막혀 있는 셈이다.
제명 결의는 결의 시점에 효력이 생기지만, 제명된 조합원에게 통지하지 않으면 그에게 대항할 수 없다. 정관이나 동업계약에 소명기회 규정이 있다면 형식이 아니라 실질로 지켜야 하며, 이를 어기면 절차상 하자로 제명 자체가 무효가 될 수 있다.

제명을 당한 쪽도 속수무책은 아니다. 효력정지 가처분으로 조합원 지위를 잠정 보전하고, 본안으로 제명결의 무효확인 또는 지위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 무효가 확정되면 그동안 받지 못한 수익 배분 등에 대한 손해배상까지 다툴 여지가 생긴다.
결국 핵심은 '감정'이 아니라 '요건'이다. 제명을 검토 중이든 이미 제명을 당했든, 가장 먼저 할 일은 동업계약서와 그간의 자료를 차분히 정리하는 것이다. 동업 분쟁은 초기 대응이 승패를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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