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전주시는 낮보다 밤이 더 뜨거운 사실 아시나요? 오후 8시 전주 덕진공원 연화정 도서관 앞은 밤의 정취를 즐기는 외국인들로 가득했어요. 연못 위를 가로지르는 연화교의 조명이 수면에 반사되자 관광객들은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죠.
미국에서 온 마크 씨(30)는 “낮의 한옥마을도 좋았지만, 밤의 덕진공원이 이렇게 아름다울 줄 몰랐다”며 “전주심야극장 예매를 위해 전주 일정을 하루 더 늘렸다”고 말했어요.
대만에서 온 린이쉬안 씨(28)는 “한옥 숙소의 따뜻한 온돌에서 자는 경험이 너무 특별해서 친구들에게 꼭 와보라고 메시지를 보냈다”면서 “밤에 호수 산책을 하다 보니 하루로는 시간이 부족해 다음에는 더 오래 머물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반나절이면 다 본다’는 당일치기 관광지의 대명사였던 전주가 이제는 외국인들을 위한 체류형 관광 도시로 변모했어요. 실제로 2025년 전주시가 실시한 외국인 관광객 실태 조사에 따르면 전주를 찾은 외국인 중 숙박 관광객 비중은 74%에 달했어요. 이는 전년도 49.8%와 비교해 무려 24.2%포인트 급상승한 수치이죠.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자 지갑도 기꺼이 열렸어요. 외국인 1인당 평균 지출액은 27만8659원으로, 전년도(15만356원) 대비 85%나 증가했습니다. 평균 체류 기간 역시 2.69일로, 전주가 이제 외국인들을 위한 체류형 관광 도시로 확고히 자리 잡았음을 보여줬습니다.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K컬처의 열풍이 실제 한국을 찾는 관광객 수를 증가시키고 있어요. 에어비앤비가 발표한 글로벌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4%가 K컬처가 한국 여행에 대한 관심에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죠.
특히 K컬처의 영향을 받은 여행객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1인당 평균 433달러를 더 지출하고, 88%가 3박 이상 체류하는 등 체류형 여행의 성향이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어요.
이러한 장밋빛 지표 이면에는 반드시 직시해야 할 차가운 현실이 놓여 있습니다. 현재 한국을 찾는 관광객은 연간 약 1637만명으로, 3687만명을 돌파한 일본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어요.
그러나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상황은 달랐어요. 2009년부터 2014년까지 6년간은 오히려 한국의 외국인 관광객 수가 일본을 앞서기도 했어요. 2015년을 기점으로 두 국가를 방문하는 관광객 수는 역전되었고, 지금은 그 격차가 걷잡을 수 없이 벌어지고 있죠.
그렇다면 일본은 어떻게 빠른 속도로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었을까요? 그 비결은 일본이 2016년부터 추진한 ‘국립공원 만끽 프로젝트’에 있어요. 일본 정부는 ‘그 자연에는 스토리가 있다’는 슬로건 아래 국립공원 내 노후 시설을 고급 숙박시설로 재생하고,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녹여낸 체험형 콘텐츠를 강화했어요. 그 결과 외국인 관광객들의 관광 방법이 도쿄나 오사카 같은 대도시를 잠깐 여행하는 것에서 소도시에 장기간 머무는 구조로 변화하기 시작했어요.
이러한 성과는 전주시가 2023년 ‘야간관광 특화도시’로 지정된 이후 추진해온 치밀한 전략의 결과였어요. 전주시는 밤 시간대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콘텐츠를 쏟아냈어요. 야간 연회를 모티브로 한 상설 공연인 ‘Hi-LIGHT 전주 야간연회’와 전주 특화 음식을 공연과 함께 즐기는 ‘전주 달빛한잔’ 등은 숙박 수요를 견인하는 핵심 동력이 됐죠.
제도적 지원도 주효했어요. 외국인 숙박객을 유치하는 여행사에 인센티브를 지급하면서 2025년 한 해에만 1만1559명의 외국인이 이 혜택을 통해 전주에 머물렀습니다. 전주시는 야간 관광 및 체험형 콘텐츠 확대를 통해 지역 상권의 운영 시간을 늘리고 추가적인 일자리 창출까지 도모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 관광은 여전히 서울에 편중돼 있어요. 한국관광공사의 방한 외국인 교통수단별 집계에 따르면 전체 방한 외국인 중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한 비중이 80.5%에 달해요. 그 외 지방 공항을 통한 입국은 전체의 12.6%에 불과하죠. 전주시처럼 외국인 관광객을 활발하게 유치하는 사례도 있지만, 대부분의 외국인이 서울을 관문으로 입국하는 구조 자체가 서울 편중을 고착화하고 있는 셈입니다.
외국인들이 지방으로 눈을 돌리려 해도 가장 큰 걸림돌은 숙박 인프라 부족입니다. 에어비앤비 조사에 따르면 잠재 여행객의 83%가 서울 외 지역 방문에 관심이 있지만, 실제 방문 여부는 적절한 숙박시설을 찾을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고 답했습니다.
전주시 관계자는 “단순 방문형 관광에서 벗어나 체류형 관광으로 전환되면서 소비 규모가 구조적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어요. 특히 “체류 일수 증가에 따라 식음료비, 쇼핑비, 체험비 등 전반적인 소비 항목에서 고른 상승세가 확인됐다”면서 “지역 내 음식점, 전통시장, 카페 등 골목상권의 소비 다각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전문가들은 한국 관광이 단순히 랜드마크에서 사진을 찍고 떠나는 방문형에서 벗어나 지역의 일상에 스며드는 체류형 관광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분석해요. 관광 정책의 초점을 단순한 방문객 수 증대에서 체류 일수 확대와 소비 다각화로 옮겨야 한다는 것이죠.
이어 논문은 관광객을 일시적 방문객이 아닌 지역경제를 지탱하는 생활인구로 바라봐야 한다면서 체류형 관광의 활성화가 단기적으로는 지역경제적 이익을 창출하고, 장기적으로는 인구 감소와 지역소멸 위기에 대응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제언합니다. 김덕식 기자·김준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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