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라며 CNN 원색비난
FBI에 기밀 유출자 색출지시
美, 내주 이란과 회담도 시사
핵협상 통해 성과 띄우기 나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이 실제로는 이란의 핵프로그램을 6개월 정도 지연한 수준의 성과에 그쳤다는 보도로 ‘공습 성공’과 관련한 업적에 의문이 제기되자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대대적인 ‘반박 공세’에 나섰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관련 보도를 한 언론에 대해서 거세게 비난하면서 국방정보국(DIA) 보고서를 유출한 사람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정상회의 참석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이란 핵시설이 완전히 파괴됐다고 거듭 주장했다. 그는 귀국 길에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이란 핵시설의 파괴가 제한적이라는 취지의 보도를 한 CNN 기자 실명을 거론하며 “CNN에서 해고되어야 한다”고 밝힌 뒤 “그녀는 즉각 비난받고 ‘개처럼’ 쫓겨나야 한다”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유사한 내용을 보도한 뉴욕타임스(NYT)에 대해서는 기자 실명을 공개하지 않은 채 “정말 나쁘고, 병든 사람들”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각료들도 일제히 해당 보도에 대한 반박에 나섰다.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이날 SNS 엑스(X)에 올린 글에서 “이란 핵시설이 파괴됐다는 대통령의 거듭된 언급은 새로운 정보를 통해 확인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거들었다. 중앙정보국(CIA) 존 랫클리프 국장도 X에 올린 성명에서 “다량의 신뢰할 만한 정보는 이란의 핵프로그램이 최근의 정밀 공격에 의해 심각하게 손상됐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백악관도 ‘이란의 핵시설은 괴멸됐다. 그러지 않았다는 주장은 가짜뉴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며 공세에 합류했다. 이날 백악관이 공개한 ‘이스라엘 원자력에너지위원회’(이하 위원회)의 평가 보고서는 “파괴적인 미국의 포르도 공격은 현장의 핵심 인프라를 파괴했고 우라늄 농축시설을 가동 불가능하게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DIA 보고서 내용을 언론에 유출한 사람에 대해 연방수사국(FBI)이 수사에 나섰다며 이를 언론에 유출한 사람들은 “감옥에 가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가운데 이란 핵시설의 추가적인 손상 모습이 담긴 위성사진이 공개됐다. 새로 공개된 위성사진에서는 미국의 공습 이후 이어진 이스라엘의 추가 공격에 따른 손상이 확인됐다.
영국 BBC방송이 위성기업 막사 테크놀로지가 24일 촬영한 사진을 분석해 내놓은 보도에 따르면 지난 22일 공개됐던 사진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구멍과 건물 파손 상황이 포르도에서 추가로 포착됐다. 전날 사진에는 미군이 투하한 벙커버스터가 관통한 것으로 추정되는 구멍 6개가 확인됐지만, 이스라엘의 23일 추가 공습 다음 날 촬영된 사진에는 북서쪽 터널로 이어지는 진입로에서 분화구 모양의 구멍이 확인됐고, 남쪽 터널 입구 인근에서도 최소 2개의 구멍이 발견됐다. 서쪽 진입로에도 이전에 볼 수 없었던 구멍과 그을린 자국이 추가로 찍혔다.
이스파한 핵시설의 위성사진에서는 미국 싱크탱크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가 우라늄 전환시설로 지목했던 건물이 대부분 파괴된 모습이 포착됐다. 지난 22일 촬영된 나탄즈 핵시설 사진에서는 움푹 팬 구멍 두 곳이 포착됐지만, 24일 사진에서는 이 구멍들이 흙으로 덮여 있었다. BBC는 이미 피해복구 작업이 진행 중임을 시사한다고 진단했다.
BBC는 또 이런 사진들이 이란이 여전히 농축 우라늄 재고를 보유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은 해소해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은 “전반적으로는 이스라엘과 미국의 공격이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효과적으로 파괴했다”며 “이란이 공격 이전의 핵 능력을 회복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스라엘과 이란 간 종전을 끌어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다음 주에 이란과 대화를 가질 것”이라며 “우리가 요구할 유일한 것은 이전에 요구한 것이다. 즉, 핵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비핵화 관련 내용을 담은 ‘핵 협정’ 체결에 대해 미군의 타격으로 이란의 핵시설이 사실상 제거됐다고 거듭 주장하며 “체결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그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 특사는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란과 포괄적인 평화 합의를 하길 희망한다”며 “나는 그들(이란)도 준비가 됐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는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최근 중국이 이란으로부터 석유를 계속 구매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이 대(對)이란 제재 해제를 의미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그들(이란)은 나라를 재건하기 위해 돈이 필요하고 우리는 그 일이 이뤄지기를 원한다”고 답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개인 비리 혐의와 관련해 그에게 ‘면죄부’를 줄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그는 이날 트루스소셜에 “네타냐후의 재판이 즉시 취소되거나, 자기 나라를 위해 많은 일을 한 ‘위대한 영웅’을 사면해야 한다”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