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재즈 기타리스트였다. 1960년대 중반까지 자신의 숨은 재능을 몰랐던 뮤지션의 이름은 바로 조지 벤슨이다. 그를 설명하는 수식어는 너무나 많다. 무려 10회에 이르는 그래미상 수상의 주인공, 수상 내역이 재즈를 포함한 R&B와 팝이라는 3가지 장르에 달했던 인물, 기타 연주와 노래 모두에 능한 재즈맨, 그리고 1964년부터 발매한 앨범이 40장이 넘는 전천후 아티스트.
1943년 펜실바니아주 피츠버그에서 태어난 그는 7살 무렵부터 우크렐레를 연주했다. 10대 시절의 조지 벤슨에게 영향을 준 음악가는 재즈 뮤지션이 아닌 컨트리 뮤지션 행크 갈랜드였다. 그는 1960년대 초반부터 잭 맥더프 그룹의 일원으로 활동하면서 재즈 연주자의 길을 모색했다. 1964년에는 자신의 리더작인 <The New Boss Guitar Of George Benson>을 내놓았다. 이는 ‘보스 기타’라는 별칭을 가졌던 기타리스트 웨스 몽고메리의 정통성을 이어간다는 의미로 제작한 음반이었다.
1966년에 나온 차기작 <It's Uptown>에서 조지 벤슨은 기타 연주에 추가로 보컬 실력을 선보인다. 앨범 수록곡인 ‘Summertime’에서 그의 소울풀한 보컬을 감상할 수 있다. 1967년 작품인 <The George Benson Cookbook>에서는 이전 음반처럼 6곡을 직접 작곡함과 동시에 하드밥 스타일에 충실한 연주를 들려준다. 이때까지 조지 벤슨이 보여준 음악은 이후에 등장할 결과물에 비교할 때 조족지혈에 불과했다.
1968년은 그에게 의미 있는 해였다. 앨범 <Giblet Gravy>에서 기타리스트 에릭 게일, 베이시스트 론 카터, 피아니스트 허비 행콕, 드러머 빌리 코햄, 색소포니스트 페퍼 아담스 등의 호화 진영이 음반에 참여했기 때문이었다. 이 시점부터 조지 벤슨은 정통 재즈에 얽매이지 않는 성향을 보여주었다. 같은 해에 나온 앨범 <Shape Of Things To Come>, <Goodies>의 호평과 함께 그는 마일스 데이비스의 <Miles In The Sky> 앨범 제작에도 참여한다. 조지 벤슨은 마일스 데이비스 사단의 앨범 제작에 처음으로 참여했던 기타리스트였다.
1969년에는 <Tell It Like It Is>로 본격적인 재즈 보컬리스트의 길을 다져 나갔다. 그는 타이틀곡 ‘Tell It Like It Is’를 포함해서 마지막곡 ‘Out In The Cold Again’으로 보컬, 기타, 작곡 능력을 함께 보여주었다. 이 음반에는 소울 그룹 부커티 엔 엠지에스와 가수 스티비 원더의 리메이크 등이 수록되어 있다. 첫 번째 추천곡으로 조지 벤슨의 노래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Out In The Cold Again’을 골라 보았다.
[George Benson | Out In The Cold Again]
조지 벤슨의 다음 타깃은 그룹 비틀스였다. 1970년 작 <The Other Side Of Abbey Road>는 비틀스의 명반 <Abbey Road> 발표 3주 후에 제작에 돌입했다. 음반 전체에서 보컬을 담당한 그는 노래하는 재즈 기타리스트라는 이미지를 굳혔다. 두 번째 추천곡으로 <The Other Side Of Abbey Road>의 ‘Golden Slumbers/You Never Give Me Your Money’를 감상해 보자. ‘Golden Slumbers’는 한국과 일본에서 영화 제목으로 다시 등장했다. 저작권 문제로 인해 폴 매카트니 버전의 ‘Golden Slumbers’ 원곡은 영화에서 등장하지 못했다.
[George Benson | Golden Slumbers (You Never Give Me Your Money)]
그는 1971년 작 <Beyond The Blue Horizon>과 1972년 작 <White Rabbit>는 그를 CTI 레코드사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해준 음반이었다. 그 후에도 조지 벤슨과 CTI 레코드사와의 밀월관계는 계속되었다. 1973년 작 <Body Talk>, 1974년 작 <Bad Benson>, 1976년 작 <Good King Bad>, 1976년 작 <Benson & Farrell>, 1983년 작 <Pacific Fire>, 1984년 작, <I Got a Woman and Some Blues>는 1970년대 퓨젼 재즈의 한 축을 담당한 조지 벤슨과 프로듀서 크리드 테일러가 이끄는 CTI 레코드사의 결과물이었다.
조지 벤슨이 1976년에 발표한 <Breezin'>은 최단기간에 플래티넘을 만든 음반이었다. 세 번째 추천곡으로 수록곡 ‘This Masquerade’를 선택했다. 그렇게 조지 벤슨은 재즈의 대중화에 기여한 인물로 인정받았다. 이후 조지 벤슨의 음악은 팝, 소울, R&B, 디스코에 비중을 두는 쪽으로 확장되었다. 1980년에는 퀸시 존스가 프로듀싱한 추천곡 ‘Give Me The Night’로 R&B 싱글 차트 1위에 올랐다. 1979년 작 <On Broadway>와 1981년 작 <Moody's Mood>는 R&B와 재즈 보컬 그래미상을 석권했다.
[George Benson | This Masquerade (2000 Remaster)]
1987년에는 기타리스트 얼 클루(Earl Klugh)와 함께 <Collaboration>을 발표했다. 조지 벤슨의 주목할만한 최근 앨범은 2011년에 발표한 <Guitar Man>이다. 이 음반에는 스티비 원더, 존 콜트레인, 노라 존스의 곡과 어쿠스틱기타 연주를 들을 수 있다. 2019년 작 <Walking To New Orleans>에서는 마치 1960년대 로큰롤 시대로 회귀한 듯한 분위기를 선사해준다. 노래하는 재즈 기타리스트의 마지막 추천곡은 재즈와 디스코 사운드를 믹스했던 ‘Give Me The Night’이 되겠다.
[George Benson | Give Me the Night]
이봉호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