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이 씰룩거리면 모두 루게릭병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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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 떨림의 흔한 원인과 루게릭병을 의심해야 하는 신호


가끔 팔뚝이나 종아리, 눈 주변, 손가락 근육이 자기 마음대로 씰룩거릴 때가 있다. 의학적으로는 이런 증상을 ‘근섬유연축’ 또는 ‘근육 연축’이라고 한다. 문제는 인터넷 검색을 시작하는 순간이다. “근육 씰룩거림”, “근육 떨림”, “루게릭병 초기증상”이라는 단어가 연결되면서 불안이 커진다. 특히 루게릭병, 즉 근위축측삭경화증은 진행성 신경질환이라는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에 작은 근육 떨림 하나에도 “혹시 내가 루게릭병은 아닐까?” 하고 걱정하게 된다.

결론부터 말하면, 근육이 씰룩거린다고 해서 모두 루게릭병은 아니다. 오히려 대부분의 근육 씰룩거림은 피로, 수면 부족, 과도한 운동, 카페인 섭취, 스트레스, 불안, 전해질 불균형, 경추나 요추 신경 자극 등 비교적 흔한 원인으로 나타난다. 골프나 헬스처럼 특정 근육을 반복적으로 사용한 뒤 팔뚝이나 종아리가 씰룩거리는 경우도 많다.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는 증상 역시 대부분은 피로와 스트레스에 의한 일시적 현상이다. 이런 경우 충분한 휴식, 수면 개선, 카페인 조절, 근육 긴장 완화, 마그네슘 등 전해질 상태 확인만으로도 증상이 줄어드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루게릭병에서 보이는 근육 연축은 무엇이 다를까? 루게릭병은 단순히 근육이 떨리는 병이 아니라, 운동신경세포가 점차 손상되면서 근력이 떨어지고 근육이 마르는 병이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씰룩거림이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그와 함께 진행성 근력저하를 동반하는지 여부다. 예를 들어 한쪽 손의 힘이 점점 빠져 젓가락질이나 단추 끼우기가 어려워진다든지, 발목 힘이 약해져 자주 걸려 넘어진다든지, 말이 어눌해지고 삼킴이 불편해진다든지, 특정 부위 근육이 눈에 띄게 야위어간다면 반드시 신경과 진료가 필요하다.

반대로 근육은 씰룩거리지만 힘은 정상이고, 근육 위축도 없고, 감각 이상이나 통증이 주된 증상이며, 증상이 피로할 때 심해졌다가 쉬면 줄어드는 양상이라면 루게릭병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 실제 진료실에서도 “전신이 여기저기 씰룩거린다”며 루게릭병을 걱정해 오시는 분들 중 상당수는 양성 근섬유연축, 불안, 과로, 운동 후 근육 과흥분, 경추·요추 질환과 관련된 경우가 많다. 물론 환자 입장에서는 증상이 반복되면 불안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불안이 커질수록 자신의 몸을 더 자주 관찰하게 되고, 작은 떨림도 더 크게 느끼면서 증상이 악순환처럼 지속되기도 한다.

루게릭병을 의심할 때는 신경학적 진찰이 가장 중요하다. 전문의는 근력, 근위축, 근긴장도, 심부건반사, 병적반사, 보행, 발음, 삼킴 기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필요하면 근전도검사와 신경전도검사, 혈액검사, 영상검사 등을 통해 루게릭병과 비슷하게 보일 수 있는 다른 질환들을 감별한다. 경추척수증, 말초신경병, 근육질환, 갑상선질환, 전해질 이상, 약물 영향 등도 근력저하나 근육 떨림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섣불리 자가진단을 해서는 안 된다.

특히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검사를 미루지 않는 것이 좋다. 첫째, 근육 씰룩거림과 함께 실제 힘이 떨어진다. 둘째, 손이나 팔, 다리의 근육이 점점 마른다. 셋째, 발이 끌리거나 자주 넘어진다. 넷째, 발음이 어눌해지거나 음식 삼킴이 불편하다. 다섯째, 증상이 몇 주에서 몇 달에 걸쳐 한 방향으로 진행한다. 여섯째, 가족 중 루게릭병이나 운동신경질환 병력이 있다. 이런 신호들은 단순 피로나 스트레스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신경과 전문의의 평가가 필요하다.

반면 일시적인 근육 떨림이 있다면 먼저 생활요인을 점검해 볼 수 있다. 최근 수면이 부족하지 않았는지, 카페인을 과하게 섭취하지 않았는지, 운동량이 갑자기 늘지 않았는지, 스트레스가 심하지 않았는지, 목이나 허리 통증이 동반되는지 확인해보자. 물을 충분히 마시고, 과도한 운동을 며칠 줄이고, 수면을 회복하고, 카페인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증상이 반복되어 불안이 지속되거나, 스스로 판단하기 어렵다면 검사를 통해 확인하는 것이 마음의 부담을 줄이는 길이다.

근육이 씰룩거린다는 이유만으로 루게릭병을 단정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괜찮겠지”라며 진행성 근력저하를 놓쳐서도 안 된다. 핵심은 균형이다. 근육 연축은 흔한 증상이지만, 근력저하·근위축·발음 변화·삼킴장애·보행장애가 함께 나타난다면 반드시 전문적인 평가가 필요하다. 루게릭병은 조기 진단과 체계적인 관리가 중요하다. 호흡, 영양, 재활, 삼킴, 의사소통, 감염관리까지 환자의 상태에 맞추어 종합적으로 접근해야 삶의 질을 지킬 수 있다. 작은 증상 하나에 지나치게 두려워하기보다는, 정확한 진찰과 검사를 통해 필요한 경우에는 빠르게 대응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불안을 내려놓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 본 칼럼의 내용은 헬스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본원에서 치료받고 계신 300명이 넘는 루게릭병(근위축측삭경화증)환자들과 다수의 신경계희귀난치성 질환 환자들, 그리고 기타 희귀 내과계 질환, 독성질환을 가지고 계신 난치성 환자들의 진료과정을 통하여 루게릭병과 각종 희귀질환 치료 방향에 대한 의견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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