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년 전 볍씨부터 박수근 '굴비'까지...국중박이 차린 '한국인의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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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득신 '강가에 모여 먹고 마시다'.

김득신 '강가에 모여 먹고 마시다'.

‘무엇을 먹는지가 그 사람을 말해준다’는 말이 있다. 누군가의 식생활을 보면 그 사람의 취향·습관·가치관을 알 수 있다는 뜻이다. 한국인에게는 이 말이 더 잘 들어맞는다. “식사하셨어요”, “언제 밥 한번 먹어요”, “밥 한번 사세요”…. 안부를 주고받을 때도 밥 얘기를 할 정도로 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민족이기 때문이다. 서울 용산동 국립중앙박물관이 역대 최대 규모의 식(食)문화 특별전을 여는 이유다.

7월 1일 개막의 ‘우리들의 밥상’은 한국 식문화를 종합적으로 다루는 국립중앙박물관의 첫 시도다. 청동기시대 볍씨부터 박수근의 그림까지, 국보 한 점과 보물 5점을 포함해 51개 기관에서 모은 유물 및 작품 684점이 나왔다.

전시의 막을 여는 건 삼천 년 전 청동기시대 집터에서 나온 불탄 볍씨다. 경기 여주 흔암리에서 나온 이 볍씨는 벼농사가 한반도에 막 자리 잡던 시기의 흔적이다. 쌀이 한국 밥상의 주인공이 된 것도 이때부터다. 이어 삼국시대 사람들의 식생활을 알 수 있는 제사용 유물들이 등장한다. 공주 무령왕릉에서 나온 6세기 백제의 수저, 경주 서봉총에서 나온 6세기 신라의 항아리다. 특히 항아리에는 청어와 방어, 돌고래, 복어 등 신라인이 평소 즐기던 해산물이 가득 담겨 있었다.

6세기 조성된 경주 서봉총에서 발견된 각종 해산물이 담긴 큰 항아리. 경주 서봉총 둘레돌을 따라 줄지어 놓았던 큰 항아리에는 청어, 방어, 돌고래, 복어 등 다양한 해산물이 가득했다.

6세기 조성된 경주 서봉총에서 발견된 각종 해산물이 담긴 큰 항아리. 경주 서봉총 둘레돌을 따라 줄지어 놓았던 큰 항아리에는 청어, 방어, 돌고래, 복어 등 다양한 해산물이 가득했다.

조선시대 유물의 핵심은 보물로 지정된 풍속화 세 점이다. 김홍도의 ‘주막’에서는 혼자 밥을 먹는 남자가 큼직한 사발을 기울여 바닥까지 밥을 긁어먹고 있다. 반면 김득신의 ‘강가에 모여 먹고 마시다’에서는 사내들이 강가에 둘러앉아 밥과 술을 나누는 장면이 그려져 있다. 음식은 땅바닥에 차리고 젓가락은 잔가지를 꺾어 만들었지만 함께라서 넉넉하다. 이 밖에도 정조가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 잔치를 기록한 ‘원행을묘정리의궤’를 통해서는 임금의 밥상을, 홍길동전의 작가 허균이 적은 ‘도문대작’으로는 17세기 전국 팔도의 별미를 엿볼 수 있다.

김홍도 '주막'.

김홍도 '주막'.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한국인이 밥상을 차리는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박물관이 한반도에서 가장 오래된 도마 유물(3~4세기)과 박수근의 '도마 위의 굴비'(1952)를 나란히 배치한 이유다. 18세기 작가 윤용이 그린 '나물 캐기' 옆에 박수근이 나물 캐는 여인들의 모습을 그린 '봄'(1940년대)을 놓은 것도 마찬가지다.

발효·양념 관련 유물들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K푸드’의 뿌리를 보여준다. 3~5세기 집터에서 나온 불탄 콩 덩어리는 가장 오래된 메주의 원형으로 추정된다. 13세기 제작된 꿀단지 용도의 고려청자, 젓갈로 담근 김치 조리법이 적힌 16세기 조리서 '주초침저방' 등이 흥미롭다.

음식 전시지만 박물관에 실제 음식을 전시할 수는 없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박물관은 밥상을 차릴 때 나는 소리, 조리 과정을 담은 영상, 음식을 떠올리게 하는 의성어와 의태어를 곳곳에 배치했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전시를 통해 우리가 매일 너무 당연하게 마주해온 삶의 가장 가까운 풍경, K-푸드의 뿌리에 주목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10월 25일까지, 성인 입장료는 5000원. 5일까지는 개막을 기념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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