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용일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회계부문 부원장은 28일 "밸류업(기업가치 제고)은 가야 할 길이다. 여야의 문제가 아니고 자본시장의 문제다. 일관된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 본원에서 '자본시장 변화와 혁신을 위한 그간의 성과 및 향후 계획'을 주제로 브리핑을 열었다. 다음달 5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퇴임을 앞두고 성과를 공유하기 위한 자리로 풀이된다. 임기가 7월까지인 함 부원장도 "사실상 마지막 브리핑이 아니겠냐"며 브리핑에 나섰다.
함 부원장은 "작년 말 개인 투자자는 1410만명으로 10년 전 대비 약 2.2배 늘었다. 자본시장에 대한 기대와 요구 수준도 높아졌다"면서도 "경영 투명성·주주권에 대한 인식이 미흡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기업의 지배구조 개편, 대규모 유상증자 과정에서 일반주주의 권익이 충분히 보호받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불공정 거래와 금융회사의 불건전 영업행위가 반복돼 자본시장의 매력도와 신뢰가 떨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금감원은 국내 최대 주가조작 사건으로 꼽히는 2023년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 사태', 기업가치 뻥튀기 논란을 불러일으킨 파두 사태 등을 구체적인 사례로 언급했다.
이에 금감원은 자본시장 매력을 높이고,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먼저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간 균형을 재정립하기 위해 유상증자 중점심사제도를 도입했다고 밝혔다. 대부분 중점심사 건에서 정정사항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증가 결정 배경, 논의 절차, 증자 효과도 구체적으로 공시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며 주주 소통 노력도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주주 보호를 위한 방안으로 상법과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대립하고 있다. 금감원은 형사화를 방지하고, 소송리스크 보호장비를 정비하는 등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상법과 자본시장법 중 어느 것을 개정하는 게 바람직한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또 운용업계가 책임 있게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행사 내역을 전수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4년 4월~2025년 3월 중 공·사모펀드의 상장법인 의결권 행사 내역을 점검한 결과 행사율 및 반대율은 각각 91.6%, 6.8%로 전년 대비 높아졌다고 밝혔다.
아울러 금감원은 금융투자회사 최고경영자(CEO)에게 4호 'CEO 레터'를 보낼 예정이다. 올해 초부터 금감원은 함 부원장 명의로 국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CEO에게 레터를 발송했다. 1호 해외 대체투자 리스크 관리, 2호는 부동산 신탁사 사고, 3호는 책무구조도 관련 내용이 담겼다. 4호 CEO 레터에는 최근 잇따라 발생한 전산사고에 대한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또한 금감원이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 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불공정 거래에 엄정 대응해왔다고 함 부원장은 설명했다. 선입선출식으로 사건을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중대 사건을 먼저 처리하는 것으로 방식을 개선했고, 자본시장특사경의 인력도 늘렸다고 부연했다.
홈플러스 사태 대응을 대표 사례로 꼽았다. 검사·조사·감리 역량을 유기적으로 연계해 사건 발생 약 1개월 만에 긴급조치로 MBK파트너스를 검찰에 이첩하는 성과를 냈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MBK와 홈플러스가 상환 능력이 없음을 인지하고도 회생절차 신청 직전까지 채권 투자자를 모집해 투자자를 기망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불법 공매도를 근절하기 위한 공매도 전산화 시스템도 차질 없이 운영되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다. 공매도 재개 후 늘었던 공매도 거래대금도 점차 안정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3월 31일 일일 공매도 거래대금 비중은 11.2%에서 3.3%로 낮아졌다. 공매도 과열 종목도 4월 첫째 주 98건에서 4월 넷째 주 41건으로 줄었다.
아울러 외국인의 투자 접근성을 개선했다고 밝혔다.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를 폐지하고, 장외거래 신고 부담을 완화하면서다. 나아가 영문공시 시스템 개선, 국제표준 전산언어(XBRL) 재무공시 선진화, 상장사 배당절차개선 등 공시 제도도 개편했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함 부원장은 자본시장 선진화 노력이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누가 하든 자본시장 선진화는 일관된 방향성을 갖고 용기 있게 가면 좋겠다"며 "일본도 어느 날 갑자기 부를 쌓은 게 아니다. 짧게는 3년 길게는 10년 또는 30년까지 보며 추진돼야 한다"고 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