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가계부채와 서울 집값이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에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지난해 여름 서울 집값이 뛰고 가계부채가 급증하면서 금리 인하의 발목을 잡았을 때와 비슷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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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서울스카이에서 본 일대 아파트. (사진= 연합뉴스) |
지난달 가계대출 증가폭 확대…서울 아파트 거래량도↑
11일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지난달 금융권 가계대출은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중심으로 6조원 증가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이다. 올해 2월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가 일시적으로 해제된 영향이 컸다. 우리나라는 가계대출에서 주담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보니 가계대출이 주택거래, 집값과 1~2개월의 시차를 두고 연동하는 모습을 보인다.
문제는 앞으로다. 토허제 재지정 이후에도 서울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의 매수세가 식지 않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서울시 부동산정보포털)에 따르면 이날 기준 5월 서울 아파트 매매량은 6358건으로, 거래 신고 기한(계약일로부터 30일 이내)이 이달 말까지인 점을 고려하면 매매 건수가 7000건 안팎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2월(6605건)을 웃도는 수준이다. 한국부동산원 조사 결과를 보면 올해 들어 서울 송파구 아파트 가격은 6.13% 올랐으며, △강남구(5.61%) △서초구(5.17%) △용산구(2.87%)도 크게 올랐다. 전국 아파트 가격이 0.34% 하락한 것과 대비된다.
박민철 한은 시장총괄팀 차장은 이날 금융시장 동향을 설명하면서 “아파트 가격 오름 폭이 다시 확대되고 거래량도 충분히 줄어들지 않고 있는 상황을 고려했을 때 향후 가계대출도 당분간 주택 관련 대출을 중심으로 상당한 증가 압력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세금으로 집값을 잡으려는 규제 대신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구체안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실제 공급이 이뤄지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걸리는데다 ‘민주당 정권에서 집값이 오른다’는 인식이 서울 집값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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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거래량 추이. (자료= 서울부동산정보광장) |
“집값 상승세 부추길라”…금통위 내 경계감 높아
한은 내부에서는 당초 토허제 일시 해제가 5월까지 영향을 주다가 6월 이후로는 다시 가계대출이 안정적인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내수 침체와 거시건전성 규제에도 서울 집값이 오름세를 이어가자 부동산 시장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리 인하가 주택 가격 상승세나 가계부채 증가세를 부추길까 봐서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달(5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 당시에도 금통위 내부에서 가계부채와 집값에 대한 경계감이 높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5월 속보성 데이터 등을 봤을 때 (주택 시장 과열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수도 있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5월 금통위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모든 금통위원이 (금리 인하가) 부동산 가격, 특히 서울지역의 부동산 가격과 가계부채에 미치는 영향 등을 한 번 더 보면서 불확실성을 보면서 결정을 해야 한다는 데 대해서는 같은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치권과 금융권에서 오는 7월로 예정된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을 연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점도 가계부채 확대세를 부채질할 수 있는 잠재적인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에도 7월 시행 예정이었던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이 두 달 지연되면서 8월 가계대출이 10조원 가까이 폭증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