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당시 신설된 중소벤처기업부 홍종학 초대 장관의 취임 일성은 대기업의 기술 탈취였다. 마치 대기업이 중소기업 기술 탈취의 원흉인 양 마녀사냥을 했다. 그 결과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법(영업비밀보호법)상 보호받는 ‘영업비밀’의 요건이 비밀로 관리만 하면 충분한 것으로 완화됐다. 원래 영업비밀로 보호받으려면 비밀을 유지하기 위한 기업의 ‘상당한 노력’을 요건으로 했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비밀 유지 비용을 절감해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명목으로 ‘합리적인 노력’으로 개정했고, 문재인 정부에서 아예 그 노력조차도 필요 없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는 법리에 대한 무지의 결과이다. 기업 정보가 비밀 상태라면, 이는 기업이 비밀로 보호하기 위한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아도 비밀로 관리된 데 따른 결과일 수 있다. 이처럼 관리만 하면 충분하다고 보면 영업비밀에 쉽게 접할 수 있는 그 기업의 직원만이 쉽게 침해자가 될 뿐 정작 강력한 사전 예방이 필요한 외국의 해킹이나 탈취에 매우 취약해진다.
19세기 전반까지만 해도 영업비밀은 동업자와도 공유가 제한되는 ‘절대적인 비밀성’을 요구하고, 특히 외국 유출 방지를 위해 국가는 유출자를 추적하고 체포와 살인까지 할 수 있는 ‘현상금 사냥꾼’까지 동원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과 법은 산업혁명으로 인한 산업과 기업의 거대화를 수용할 수 없게 됐다. 이에 투자한 동업자 등과 영업비밀의 공유를 통한 협력을 허용해 생산력 향상을 가져오되, 그 대신 외부 누설에 취약하지 않도록 탈취 방지를 위한 사전의 상당한 노력이 필요한 ‘상대적인 비밀성’을 요구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변화에는 아이디어는 불가피하게 공유해야 공공의 이익을 달성할 수 있다는 공리주의 철학이 작용했다.이에 영업비밀을 보호하기 위해 사전 유출 방지가 더 중요해졌다. 일단 유출되거나 공개된 영업비밀은 그 이전으로 원상회복할 마땅한 방법이 없다. 특히 우리 수사권이나 재판관할권을 행사하기 어려운 외국에서의 탈취나 유출에 매우 취약하다. 따라서 영업비밀 보호에는 탈취되기 전 타인의 접근 자체를 막거나 어렵게 하기 위해 안전한 곳에 보관하거나 방화벽을 쌓는 등 유출 방지를 위한 사전의 상당한 또는 합리적인 비밀보호 노력이 필수이다.
그러나 현행법은 그와 같은 사전예방 조치를 하지 않더라도 영업비밀로 보호해 주겠다는 것이다. 그러한 법제하에서 일단 타인에게 영업비밀이 탈취된다면 이를 회복할 방법은 거의 없기 때문에, 결국 우리 정책은 외국의 해킹이나 유출을 조장하는 것이 된다. 마치 곳간 문을 잠글 열쇠 비용이 아까우니 곳간 문을 열어두라고 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이러한 잘못된 정책은 기업과 국민의 생존에 필요한 기술의 유출과 이에 따른 국제경쟁력의 약화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외국에서 탈취에 혈안인 영업비밀, 방산기술, 첨단기술 등을 보호하려면 기업의 사전 탈취 방지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 국가 정책과 법도 그와 같은 사전예방 조치를 강화하도록 해야 한다. 원상회복을 위한 법 개정이 시급하다.나종갑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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