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녹원 딥엑스 대표.3750조원.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가 최근 나스닥 시장에 상장하며 달성한 천문학적인 시가총액 숫자다. 역대 최대 규모의 자금이 몰리며 대중의 시선이 이 화려한 숫자에 집중되고 있지만, 원천 기술을 개발하고 생존을 도모해야 하는 딥테크 스타트업 경영자로서 이 성공담을 바라보는 마음은 조금 복잡하다. 우리가 정작 주목해야 할 본질은 밸류에이션 너머에 있기 때문이다. 스페이스X의 도전은 우리에게 3가지의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첫째, 우리는 실패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 스페이스X의 역사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실패의 횟수가 아니라 실패를 다루는 방식이다. 2006년 팔콘 1의 첫 발사는 이륙 25초 만에 실패했다. 2007년 두 번째 시도는 상공에서 궤도 진입에 실패했고, 2008년 세 번째 시도 역시 2단 분리 이후 무산됐다. 회사에는 마지막 발사를 준비할 부품과 직원 몇 달 치 월급만 남았다고 한다. 적지 않은 엔지니어들이 회사를 떠났다. 남은 사람들이 마지막 한 발을 쏘아 올렸고, 그 네 번째 시도가 성공했다. 이후 나사(NASA)와 계약이 이어지며 회사는 생존의 문턱을 넘었다.
로켓 폭발이라는 처참한 결과 뒤에는 원인을 분석하고, 데이터를 다시 계산하고, 다음 시도로 넘어가는 집요한 학습 과정이 있었다. 실패를 숨기거나 미루지 않고 다음 도전의 재료로 바꾼 것이다. 국내의 많은 제조 및 기술 조직은 실패를 줄이는 데 큰 에너지를 쏟는다. 검증 단계를 늘리고 보고 체계를 촘촘히 해 위험을 낮추려 한다. 물론 필요한 과정이다. 그러나 실패를 지나치게 두려워하면 도전의 총량과 혁신의 속도도 함께 줄어든다. 딥테크에서 실패는 피해야 할 오점이 아니라 기술의 한계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중요한 것은 실패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다.
둘째, 우리는 얼마나 큰 문제를 풀고 있는가. 스페이스X는 단순히 로켓을 더 싸게 만드는 데 머물지 않았다. 우주 접근 비용을 낮추고, 인류가 우주를 이용하는 방식을 바꾸겠다는 큰 목표로 출발했다. 스타링크와 미래 우주 인프라 구상도 단기 사업을 넘어 더 큰 기술 목표와 연결돼 있다.
목표가 클수록 과정에서 마주하는 실패와 좌절을 견디는 힘도 커진다. 산업 전체의 병목을 풀겠다는 문제의식이 있다면, 개발 과정의 시행착오는 끝이 아니라 과정이 된다. 반대로 목표를 좁게 잡으면 작은 흔들림에도 조직 전체가 쉽게 흔들린다. 우리 딥테크 스타트업은 좋은 제품을 만드는 데 머물고 있는가, 아니면 우리 공동체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고 다음 세대의 꿈을 응원하고 있는가. 혹은 적당한 밸류에이션과 조기 엑시트만을 성공의 기준으로 삼고 있지는 않은가.
셋째, 불확실한 미래 앞에서 조직의 신뢰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스페이스X가 파산 직전까지 몰렸던 암흑기에 수많은 핵심 엔지니어들이 안정적인 대기업으로 이탈했다. 리더인 일론 머스크가 로켓 전문가가 아닌 데다, 3연속으로 폭발을 목격했으니 '이 여정은 실패할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끝까지 남은 이들은 마지막 한 발을 조립해 쏘아 올렸고 결국 신화를 썼다. 떠난 자와 남은 자의 운명을 가른 것은 기술력이 아니라, '종착지에 대한 확신'이었던 셈이다.
물론 그 확신을 만드는 것이 경영자 혼자선 할 수 없다. 그러나 리더의 역할은 분명하다. 우리가 왜 이 험난한 길을 가는지, 궁극적으로 어디에 도달하려 하는지, 그리고 지금의 험난한 여정이 상상할 수 없는 영광으로 이르는 길이라는 점을 끊임없이 소통하고, 또 실력으로 증명해야 한다. 스타트업과 '불확실함'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운명이지만, 그 불확실함이 '불신'과 동의어가 되도록 두어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 딥테크 스타트업 생태계에 지금 필요한 것은 천문학적인 시가총액을 부러워하는 일이 아니다. 스페이스X가 증명해낸 것은 천문학적인 시가총액이라는 우주적 신화가 아니다. 극도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진짜 목적지를 잃지 않고 정면 돌파해 낸 '스타트업의 야성' 그 자체다. 그들이 거둔 화려한 숫자만을 부러워하는 일이 아니다. 대담한 상상력과 실패를 자산으로 바꾸는 속도, 그리고 보이지 않는 미래를 향해 조직을 원팀으로 묶어내는 리더십, 그것이 부럽다. 그리고 설렌다.
박유민 기자 newm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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