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온체인 금융 시대…정부가 검토할 세가지

2 days ago 6

[박도현 가천대 금융수학과 교수·파이랩테크놀로지 대표] 지난 글에서 토큰화는 조각투자의 확대가 아니라 금융의 운영체제가 바뀌는 일이라고 썼다. 그렇다면 다음 질문은 자연스럽다. 정부는 어떤 준비를 할 수 있을까. 크게 세 가지 축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작은 실험이 많이 일어날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것. 둘째, 위축된 블록체인 생태계의 불씨를 유지하는 것. 셋째, 스테이블코인을 새로운 금융 인프라의 일부로 보고 규제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것이다. 첫째, 작게라도 실제로 해볼 수 있게 하자. 새로운 기술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처음부터 완벽한 규칙을 만드는 일이다. 어떤 블록체인이 표준이 될지, 어떤 형태의 토큰화가 시장에 자리 잡을지, 증권과 돈이 어떤 방식으로 연결될지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해외 주요 금융당국이 흥미로운 접근을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영국의 디지털 증권 샌드박스(Digital Securities Sandbox)는 단순한 기술 테스트 공간이 아니다. 기업이 샌드박스 안에서 실제 디지털 증권을 발행하고, 거래하고, 결제할 수 있다. 처음에는 제한된 범위에서 시작하지만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실제 사업을 시작하고, 이후 거래 규모를 키워 최종적으로 정식 금융시장 인프라로 넘어갈 수 있도록 단계가 설계돼 있다. 더 흥미로운 점은 법이 새로운 기술과 맞지 않을 경우다. 영국은 샌드박스 안에서 기존 법규를 한시적으로 조정해 실제 시장에서 시험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그 실험 결과를 보고 필요하면 법 자체를 영구적으로 바꾸는 구조를 만들었다. 말하자면 법을 완성한 뒤 시장을 여는 것이 아니라, 작은 시장을 열어본 뒤 그 경험으로 법을 완성하는 방식이다. 미국도 최근 비슷한 접근을 보여줬다.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 9월 토큰화된 미국 상장주식을 온체인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 처음부터 영구적인 제도를 만든 것이 아니다. 5년짜리 한시적 예외를 만들고, 거래할 수 있는 종목 수와 거래량에 제한을 두고, 기존 주식과 같은 권리를 제공하도록 했다. 스마트컨트랙트 공개와 거래중단 규칙 같은 안전장치도 함께 붙였다. 동시에 시장 참여자들의 의견을 받아 앞으로의 규칙을 계속 검토하기로 했다. (사진=제미나이)핵심은 명확하다. 일단 제한된 환경에서 움직이게 해보고, 그 결과를 보면서 장기적인 제도를 만들어 가겠다는 것이다. 싱가포르는 또 다른 방식을 택했다. 통화청(MAS)은 프로젝...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