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전세 사기 피해주택 매입, 이젠 속도가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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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전세 사기 피해주택 매입, 이젠 속도가 중요

전세사기 피해자의 현실은 참담하다. 보증금을 잃고 갈 곳 없는 피해자 중 일부는 당장 거처를 마련하지 못해 지인의 집을 전전하거나 고시원으로 내몰리기도 한다.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고, 불확실한 미래 속에서 법적 절차를 기다리는 일은 고통 그 자체다. 보증금을 돌려받을 가능성은 불투명하고, 피해 복구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이런 절박함 속에서 지난해 9월 개정된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 안정에 관한 특별법’은 작은 희망의 불씨를 피웠다. 이는 22대 국회에서 여야가 협치로 마련한 최초의 합의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정치적 이견을 넘어서 피해자 지원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이뤘기 때문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속도다.

이번 개정법의 핵심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피해자로부터 우선매수권을 양도받아 경·공매를 통해 피해 주택을 적극 매입할 수 있도록 그 대상을 확대한 데 있다. 또한 경매차익을 피해보증금으로 전환해 피해자가 최대 10년간 임차료 부담 없이 거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피해자들의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크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개정법 시행 후 LH의 피해 주택 매입 신청 건수는 약 8000가구로, 기존(1600가구)보다 다섯 배 정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들은 당장의 거주 불안에서 벗어나고 잃어버린 보증금을 조금이라도 되찾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렇다면 LH의 매입 상황은 어떨까. 개정법 시행 후 5개월 동안 매입한 주택은 약 300가구로 알려졌다. 성과도 가시화하고 있다. 지금까지 금액이 확정된 사례에서 후순위 피해자임에도 평균적으로 피해 보증금의 약 73%를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후순위 피해자가 경·공매 후 배당으로 회복할 수 있는 평균 금액(피해보증금의 37.9%)의 약 두 배에 해당한다.

더 나아가 일부 피해자가 보증금을 전액 회수한 사례도 나왔다. 인천 미추홀구의 한 피해자는 LH로부터 경매차익을 지급받아 회수하지 못한 보증금 7000만원을 전부 되찾았다. 이 사례는 개정된 특별법이 실질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는 중요한 증거다.

문제는 속도다. 피해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더 많은 주택을 더 빠르게 매입할 때 이뤄진다. 국토부는 LH와 협력해 패스트트랙을 도입하고, 법원과 협의해 경매 절차를 더 신속하게 처리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한다. 이는 긍정적인 움직임이지만 더 과감하고 더 빠른 실행이 필요하다. 시간과의 싸움에서 뒤처진다면 피해자의 고통은 그만큼 깊어질 수밖에 없다.

특별법 개정으로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더 나은 지원이 가능해졌다. 희망이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속도감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 피해자가 안심할 수 있는 내일은 빠른 실행에서 시작된다. 지원 사각지대 축소로 전세사기 피해자의 근심과 고통이 줄어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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