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 오후 1시경 서울 종로구 숭인동 동묘시장. 식용유를 두른 번철 앞에서 25년째 부침개를 만들어 팔았다는 노소순 씨(83)가 더위 탓에 시뻘게진 얼굴로 말했다. 노 씨가 일하는 숭인동은 이달 서울에서 가장 더운 동네였다.
16일 서울시 도시데이터 센서(S-DoT)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폭염이 이어진 1~14일 낮 시간대(오전 11시~오후 5시) 숭인동은 평균기온이 31.1도로 서울 135개 행정동 가운데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종로구 창신동(30.9도)과 관악구 조원동(30.7도)이 뒤를 이었다. 모두 노후 주택이 밀집하고 녹지가 적은 지역으로 꼽힌다.
낮 평균기온 1, 2위를 기록한 숭인동과 창신동은 창신역을 사이에 두고 맞닿아 있다. 좁은 골목마다 오래된 다세대 주택이 빼곡하고, 건물에는 봉제 작업장이 곳곳에 들어서 있다. 13일 오후 창신동의 한 작업장에서 만난 홍재덕 씨(75)는 “일거리가 없어 지난달 전기요금도 못 냈는데, 에어컨을 어떻게 틀겠냐”며 “혼자 일하니 그냥 버틸 뿐”이라고 했다. 이날 창신동의 낮 평균기온은 35.3도로, 기상청의 종로구 측정값(32.0도)보다 약 3도 높았다. 2021년 서울연구원은 창신·숭인 일대를 고령 인구, 노후 주택, 저소득 가구가 겹치는 취약지로 지목하고 주거환경 개선을 권고했다. 그러나 올여름에도 이곳은 여전히 서울에서 가장 뜨거운 곳으로 꼽혔다.
낮에 덥혀진 열이 밤에도 식지 않는 지역도 있었다. 주로 건축 면적이 넓고 녹지가 부족한 지역일수록 밤에도 기온이 높게 유지됐다. 구로구 가리봉동이 대표적이다. 가리봉동의 낮 평균기온은 전체 S-DoT 센서 1084개 중 163위지만, 새벽 평균기온은 41위로 뛰어올랐다. 이곳은 잘게 쪼갠 쪽방이 밀집한 ‘벌집촌’이 있는 대표적 주거 취약지다. 13일 쪽방에서 만난 정병주 씨(69)는 “자다가 너무 더워 마당에 나가 더위를 식히고 다시 들어와 잔다”고 했다.
반면 낮 평균기온이 가장 낮은 관악구 난향동, 강남구 일원본동, 은평구 진관동은 녹지가 우거지거나 신축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바람길이 확보된 지역이었다. 가장 더운 숭인동과의 격차는 약 3도로 같은 서울에서도 사는 동네에 따라 여름의 온도가 다르게 나타났다. 박찬 서울시립대 조경학과 교수는 “같은 서울이라도 저층 노후 주택이 밀집한 지역은 그늘과 녹지가 부족해 열을 식힐 여력이 없다”며 “당장 재개발이 어려운 만큼 폭염이 집중되는 지역에 지원을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조승연 기자 cho@donga.com
김다인 기자 dao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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