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탈취 피해, 신고에서 배상까지 빨라졌다[기고/변태섭]

1 week ago 11

변태섭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 사무총장 지금은 행정관서에 사실관계를 확인하거나 문제를 제기하려면 언제 어디서든 PC나 모바일을 통해 손쉽게 처리할 수 있다. 하지만 중년 이상 세대라면 행정관서를 이용하며 겪었던 좋지 않은 기억이 하나쯤은 있을 듯하다. 어렵게 공무원과 통화하면 “우리 담당이 아닌데요. 다른 부서에 전화해 보세요”라고 하고, 다른 부서에서는 “우리 담당이 아닌데 왜 여기로 전화하셨죠”라고 되묻는 소위 ‘뺑뺑이’를 당하곤 했다. 정작 필요한 정보는 얻지 못한 채 상한 자존감만 온전히 나의 몫이었다. 기업의 핵심 기술이 탈취되면 어떨까? 정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조언을 듣고 여기저기 전화해도 마치 과거의 뺑뺑이처럼 “우리 소관이 아니다”라는 답을 듣기 일쑤였다. 생각해 보면 기업인이 관련 법률과 소관 부처를 사전에 정확히 알고 상담할 수는 없는 일이다. ‘국민신문고’나 ‘다산콜센터’처럼 도움을 요청할 단일 창구로의 관점 변화가 있어야 했다. 올해 3월, 6개 관계 부처가 공동으로 단일 신고 창구인 ‘중소기업 기술 탈취 신문고’를 개설하였다.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자신의 상황을 간략히 입력하면, 법률 전문가가 어느 부처의 어떤 법률을 적용받을 수 있는지 일대일 방식으로 자문하며 이후 소관 부처에 송부·해결하는 원스톱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단순 비교하긴 어렵지만 작년 한 해 중소벤처기업부에 접수된 기술 침해 행정조사 신고가 16건인 데 반해 올 7월 말까지 신문고에는 총 50건이 접수된 점을 감안하면 수요자 관점으로 신고 방식을 바꾼 것만으로도 유의미한 성과가 있다고 하겠다. 관점을 바꾼 사례는 또 있다. 중기부가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중소기업 기술 침해 민사소송 1심 결과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평균 배상액은 피해 주장 금액의 25.8%에 그쳤다. 이는 소송을 하더라도 피해 규모를 특정하기 어렵고 핵심 증거는 거래 관계에서 우위에 있는 상대방이 갖고 있어 온전한 배상을 받기 어렵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다행스럽게도 올 2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법’이 개정되어 기술 탈취 손해배상 소송에서 일정 요건에 해당하면 법원이 지정한 전문가가 기업을 방문해 자료를 조사하고 이를 증거로 활용하는 소위 ‘K-디스커버리’ 제도가 도입되어 시행을 앞두고 있다. 피해 기업이 주장하고 다투는 방식에서 벗어나 외부 전문가가 입증하는 방식을 도입하여 문제 해결의 관점 자체를 전환한 사례라 하겠다. 정당한 보상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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