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총량 규제의 그림자…좁아진 금리인하 통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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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금융당국은 올해 금융권 가계대출 총량 증가율을 1.5% 이내로 설정했다. 작년보다 0.2%포인트 더 낮아진 것으로 올해 초 명목 경제성장률 예상치(4.9%)의 3분의 1 수준이다. 이는 빠르게 불어나는 가계대출 속도를 조절하면서 집값을 잡기 위한 것이었다. 실제로 작년 6·27 대책 등 고강도 대출 규제와 총량제 강화로 가계대출 증가 속도는 둔화됐다. 집값 흐름과 별개로 적어도 대출 총량을 억제한다는 정책 목표는 일정 부분 성과를 거둔 셈이다.

(사진=연합뉴스)

문제는 가계대출 총량 규제가 지속되면서 금리 경쟁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서민들의 금리 부담을 덜어주겠다며 시작된 대환대출 플랫폼이 대표적인 예다. 실제로 대출(신용·주택담보·전세대출) 갈아타기 월평균 이용자 수는 2024년 1만6235명에서 올해(1~4월) 5004명으로 3분의 1토막 났다. 대출 이동 규모도 2024년 월평균 1조1653억원에서 올해 1471억원 수준으로 87% 급감했다. 근래에 시장 금리가 올라 금리 절감 효과가 다소 줄어든 점을 감안하더라도 감소 폭이 크다. 사실상 갈아타기 시장 자체가 얼어붙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은행 스스로도 “더 이상 가계대출이 은행의 성장 목표일 수 없게 된 상황에서 금리 경쟁으로 고객을 끌어올 유인이 없다”고 말한다. 정부가 부동산으로 흐르는 자금을 기업대출 등으로 옮겨가게 하는 생산적 금융을 추진하니 금리를 굳이 내릴 이유가 없단 뜻이다. 한때 ‘관치 금리’라는 지적까지 받았던 금융당국도 최근엔 가계대출 금리에 상대적으로 무심하다. 최근 금리 인하 기대감은 더 줄고 가계대출 긴축 기조도 강한 만큼 금리가 내려가기를 기대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가계부채 관리와 집값 안정이라는 정책 목표의 중요성은 부정할 수 없다. 다만 총량 규제가 만능일 수는 없다. 가계대출 관리 성과 뒤에는 금리 경쟁의 실종이라는 숨은 비용도 존재한다. 특히 최근 반도체 호황으로 올해 명목 성장률 전망치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가계대출 관리 역시 유연하게 운영할 필요는 없는지 고민할 지점도 있다. 집값을 잡기 위해 대출을 조이는 정책이 필요할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실수요자나 서민이 더 낮은 금리를 선택할 기회마저 사라진다면 정책 효과와 비용을 함께 따져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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