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50조원 벌 삼전에 생산적금융 5000억원 대출 필요할까[현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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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이재명 정부가 금융권에 생산적금융 전환을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올 2월 ‘1호 대기업 초저리대출’ 대상 기업으로 선택한 곳은 삼성전자였다. 삼성전자의 평택 5공장(P5) 증설에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이 각 1000억원씩 연 3%대 이자로 5000억원을 대출한 것이다. 기존 첨단전략산업 기금 2조원에 별도로 5대 은행이 5000억원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총 2조 5000억원을 삼성전자에 지원했다. 5대 금융지주가 앞으로 5년간 441조원을 투입할 생산적금융의 상당 부분도 삼성전자 등 대기업에 지원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가 국내 대표 기업으로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등 첨단전략산업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기술은 있지만 돈이 부족한 기업에 성장성을 담보로 자금을 투자하는 생산적금융의 취지와는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자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57조 2000억원, 연간 영업이익 컨세서스(전망치)는 350조원에 이른다. 또 1분기 기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 등이 약 150조원, 이자 등 금융수익으로만 1분기 3조 3000억원을 벌어들였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에 대한 초저리대출을 “매달 1억원을 버는 고소득 전문직에게 정부 주도로 은행에서 생활안정자금 100만원을 빌려준 격”이라는 비유가 나온다. 생산적금융이 자금이 절실히 필요한 기술기업이 아니라 명분과 안정성을 좇아 대기업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산업은행과 금융지주 등과 함께 국민성장펀드 지원 사업 중 하나인 초저리대출을 대기업을 대상으로 또다시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국고채 금리가 뛰는 상황에서 당장 자금이 급하지 않은 대기업에게 역마진을 감수하고 초저리대출을 시행하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역마진 우려 속에 중견·중소기업에 대한 초저리대출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 분위기다. 또 단기간에 완판 행진을 벌인 ‘국민성장펀드’에 모인 자금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일부 대기업에 집중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생산적금융이 기존 기업금융과 다른 점은 기업의 건전성이 아니라 성장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자금을 공급한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대출을 상환할 수 있느냐’보다는 ‘앞으로 성장성이 높은 회사인가’를 먼저 고려해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생산적금융의 자금이 국가 경제 전체 성장 전략과 맞물려 실질적인 성장을 촉진할 수 있는 벤처·스타트업 등 기술기업에 흘러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픽=이데일리 AI 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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