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8강전에서 7골 차 대패를 당한 광주FC. 하지만 이정효 감독은 이같은 결과에 실망하기보다는 선수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는데 신경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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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효 광주FC 감독이 선수들에게 박수를 쳐주고 있다. 사진=프로축구연맹 |
이정효 감독이 이끄는 광주는 26일(한국시간) 사우디 제다의 킹 압둘라 스포츠 시티에서 열린 2024~25 ACLE 알힐랄(사우디아라비아)과 8강전에서 0-7로 완패했다.
리그 스테이지에서 4승 2무 1패를 기록, 16강에 오른 광주는 비셀 고베(일본)와 1차전 0-2 패배를 2차전 3-2 승리로 뒤집고 8강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역대 시·도민구단 중 ACL 무대에서 8강에 오른 건 광주가 최초다.
하지만 사우디 ‘오일머니’의 위력은 생각보다 높았다. 알렉산다르 미트로비치, 주앙 칸셀루, 칼리두 쿨리발리, 후벵 네베스, 야신 부누, 세르게이 밀린코비치사비치 등 세계적인 선수들이 포진한 알 힐랄은 초반부터 광주를 일방적으로 몰아붙였고 무려 7골을 몰아쳤다. 광주 선수들도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기량과 경험의 차이는 어쩔 수 없었다.
축구 이적 전문 사이트 트랜스퍼마르크트가 추산한 알힐랄 선수단 가치는 1억8000만유로(약 2951억원)으로 광주(140억원)의 20배가 넘는다.
경기 후 이정효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선수들을 질타하는 대신 최대한 위로해주려고 애썼다. 그는 “선수들이 오늘 경기를 자양분 삼아 더 노력했으면 좋겠다”며 “자기 기량을 의심하지 말고 더 시간을 투자한다면 다시 딛고 일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축구를 하다 보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을 때가 더 많다. 0-7이든 0-10이든 선수들이 배울 점이 생겼으면 그걸로 충분하다”며 “이번 경기로 나도 오기가 생겼고, 언젠가는 다시 강팀을 꺾어보고 싶다는 욕심도 생겼다”고 격려했다.
또한 이정효 감독은 “선수들에게 ‘기죽지 마, 괜찮다’라고 이야기하고 싶다”며 “우리 선수들 고생 많았다. 부상 없이 경기를 치러 만족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처음에 작은 꿈, 그리고 의심에서 시작했다면 지금은 어느 정도 확신이 든다”며 “또 한 번 벽에 부딪혀 확신이 의문으로 바뀔까 걱정이 되지만 그 의문을 확신으로 풀어내야 하는 숙제가 생긴 것 같다”고 돌아봤다.
더불어 “선수들을 잘 이끌어서 작은 의심도 들지 않도록, 선수들이 더 큰 확신을 가지도록 나아가겠다”면서 “광주FC, 나아가 광주광역시를 알리는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우승 후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좋은 기업에서 우리 구단을 후원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알 힐랄은 비록 경기는 대승을 거뒀지만 매너는 빵점이었다. 알힐랄의 조르제 제주스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인사하러 다가온 이 감독의 악수를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 말조심하라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면서 상대 감독을 모욕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이정효 감독은 결국 악수를 나누지 못하고 제주스 감독의 등을 툭 치며 그라운드를 떠났다.
이정효 감독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뭔가 오해하고 있는 것 같다”며 “별로 신경 쓰고 싶지 않다. 어차피 안 볼 사람이기 때문에 괜찮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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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끝난 뒤 이정효 광주FC 감독과 조르제 제주스 알힐랄 감독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사진=프로축구연맹 |